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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새 생명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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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3-08 조회 1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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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물에 빠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차 문을 열고 물 밖으로 빠져나오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물의 압력 때문에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실내외 수압이 비슷해질 때를 기다려야 문을 열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삶이 물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재빨리 창문을 열고 탈출해야 할까? 아니면, 나와 바깥의 압력이 같아질 때를 기다려 문을 열어야 할까. 어쩌면 ‘나’라는 자동차가 강 깊은 바닥까지 가라앉길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 깊게 더 깊게. 자동차가 바닥에 닿으면, 그리하여 내가 ‘나’의 바닥을 마주하게 될 때, 그 바닥이 다시 물 밖으로 솟아오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나’의 바닥을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마음이 뭉그러지고, 속이 썩어 타들어 가는 동안 깜깜한 광야의 차디찬 모랫바닥 위에 서 있어야 했던 지독한 갈증의 외로움일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두려워했고 미워했던 ‘그분’ 때문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텼던 자존심이라는 외면의 시간들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가 되고 나서야, 어쩌면 스스로를 ‘벙어리화’했던 자신의 오만을 뚫고 기어 나오는 목소리를 우리는 놔두게 될 것이다: “주님, 살려주십시오.” 이 하나의 탄식은 다시 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생명과도 같은 숨결일 게다. 자신의 질긴 껍질을 뚫고 나오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갈망일 게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책 제목을 이렇게 썼다: ‘기도. 새 생명의 숨결’. 

이 생명의 숨결은 나뿐만 아니라 팬데믹 상황에 놓여 있는 온 인류에게 지금 필요하다. 서문에서 키릴 총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소통의 위기인 이 시대에, 저는 교황님께서 언급하신,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에서 1인칭 대명사 ‘나’를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 개인주의는 우리 시대의 병폐입니다. 온통 자신이 바라는 것에만 몰두하고 다른 이들의 문제에는 무관심합니다. […] 이 모든 것은 대부분, 신앙심이 점점 더 약해지고, 기도하는 것도 잊어버리며, 일종의 심리적 치료나 자기 치유처럼 자신의 그릇된 인식만 고수하는 데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기도를 통하면, 인간은 자신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키울 수 있게 돕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게 됩니다.”(기도. 새 생명의 숨결, 11쪽)​ 

이가진 안드레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