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성경(도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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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18 08:14 조회1,39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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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보 <숲정이> 1월 27일자 지면에서 우리는 ‘문’이라는 소재로 시공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과 이것이 표현될 때 나타나는 차이는 그 시대와 지역을 반영하기에 발생하는 것임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 실생활에서 ‘보편적인 가치’라고 지칭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치 자체’는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은 사랑, 우정, 믿음, 존재, 존엄, 고귀, 거룩함 등으로 각자 최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적 가치’가 표현되고 전달되려면 필연적으로 ‘매개체’가 동반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악수를 통해, 또 대성당의 웅장한 오르간 소리나 아름답고도 슬픈 사건들을 묘사하는 글이나 그림을 통해 이 가치들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보편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고, 이로서 나의 삶과 동떨어져 보였던 ‘추상적 개념’인 ‘보편적 가치’의 ‘성질’을 알아 그것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다.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보자.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길 세상 모든 사랑 이별 노래는 다 자신의 이야기 같다고들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그 이별 노래를 작사한 사람이 지금 그 이별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의 러브 스토리와 이별 사건을 알지 못할뿐더러 두 사람이 서로 일면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지도 못하는 작사가가 쓴 그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것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노래라는 ‘매개체’가 묘사하고 전하는 사랑의 ‘성질’을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이 이미 자신이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추상적 개념인 ‘사랑’이라는 단어는 상호 간 공감의 장이 된다.
이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우리와 동떨어진 “외계적인” 생활방식을 지닌 성경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먼저 ‘문’의 경우에 비춰 답변을 시도하였고 그에 따르는 보편적 가치와 가치 표현의 다양성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보편적 가치는 다양한 매개체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통하여 보편적 가치의 ‘성질’을 각자의 ‘체험’에 더해 이해할 수 있고 ‘추상적 개념’으로 이름 붙여진 보편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고 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달라져도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또 인간이 하느님 모상을 지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하느님 말씀이다. 특히 성경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인간이 하느님과 맺는 다양한 관계들, 그리고 풍부한 표징과 상징들을 매개체로 전달하고 있다. 비록 그들의 표현방식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것과 다르다 해도, 그들이 성경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성령 안에서 그것을 읽고 묵상하며 공동체와 나눔으로써 개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0-111항 참조)
이러한 결론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생활 속의 성경”에서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집’의 요소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성경에서 보도되는 문, 주방 등과 같은 소재들이 어떻게 쓰였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도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