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성경 - 주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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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19-08-28 15:56 조회1,25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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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門’에 이어 다룰 집 안의 두 번째 장소는 ‘주방’이다. 집 안의 ‘주방’ 혹은 ‘식당’이라는 단어를 누군가에게서 듣는다면 어떤 장면이 떠오를까? 잘 연상되지 않는다면 주방의 ‘있음’이 아닌 주방의 ‘없음’을 생각해보자. 주방이 없다면, 이른 아침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 불을 켜고 움직이는 소리, 커피를 만드는 소리, 찌개를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 올리는 소리, 밥솥 안에 밥이 익으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뿜는 소리, 도마에 칼이 부딪쳐 내는 소리, 식탁에 반찬과 수저를 올려놓는 소리, 엄마가 밥 먹으라며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 등이 집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집과 호텔의 다른 점이 무얼까?
정성껏 준비한 재료를 물과 불 그리고 다양한 요리 기구를 이용하여 먹기 좋게 다듬고 익힌다. 이런 고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가정 음식의 고향인 ‘주방’은 그 가정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집 안의 장소가 된다. 그러나 인스턴트식품이나 냉동식품과 같은 간편식 문화, 그리고 외식과 배달 문화로의 대체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가정의 온도를 확인할 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보통 한 집에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을 지칭해 ‘가정’, ‘가족’ 그리고 ‘식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중 ‘식구’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를 연상케 하는 단어이며 나아가 집에서 주방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주방은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존재를 유지하는 생각’을 서로 나누는 공간이다. 여기서 나눈다는 의미는 ‘내 생각을 쪼개어 너에게 준다는 방향’과 그 반대인 ‘네가 쪼개 준 생각을 내가 안다는 방향’도 포함한다. 따라서 식탁에서 이뤄지는 구성원과의 대화는 ‘내 생각을 그 사람에게 말해 그 사람이 알게 하는’ 일방적인 형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을 내가 알게 되는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이로써 식구들과의 음식 나눔과 생각 나눔은 서로의 입맛과 관심사를 알게 하며, 결국에는 하나의 밥솥에서 나뉘어 각자의 밥그릇에 밥이 담기는 것처럼 서로의 ‘생명’과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주방은 또한 삶의 기초적인 요소들이 한데 모이는 장소이다. 주방의 물은 갈증을 풀거나, 음식을 하거나, 채소나 과일을 씻거나, 싱크대를 청소하는 데 쓰인다. 불은 하나의 가치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음식 중에는 약한 불로 긴 시간과 많은 주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천천히 조리한다는 것은 음식에 적당한 불을 가하면서 서두름 없이 시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급변하는 흐름 안에서는 종종 조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갖지 않으려는 위험에 직면한다. 이는 관계를 깊숙이 맺음으로써 생기는 열을 통해 그 관계를 개선하는 조리 시간을 갖지 않는 위험과 같다.
어떻게 주방 안에 머무는지, 어떻게 조리를 하는지에 대한 것은 그 가정의 가치, 관계, 행동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다음 지면에서는 이러한 주방의 의미와 연결된 성경 부분들을 살펴보겠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