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이 땅에 화해와 용서의 은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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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7-01 조회 252회본문
“갈라진 이 땅에 화해와 용서의 은총을 주소서”
전국 교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일제히 봉헌
2021.07.04 발행 [1620호]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들이 6월 25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지난 6월 25일, 6ㆍ25전쟁 발발 71주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한국 천주교회는 일제히 교구별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 국경이 봉쇄되고 남북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봉헌된 미사에서 교회 공동체는 갈라진 이땅에 화해와 용서의 은총을 통해 평화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고, 신자들이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평화의 다리’가 되기를 기도했다.
“용서 없이는 평화 시작될 수 없다”
서울대교구는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 주례와 교구 주교단,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주관으로 봉헌된 미사에서 신자들은 특별히 남과 북의 복음화, 남북과 주변국 위정자들, 이산가족과 북한 이탈주민, 6ㆍ25전쟁 당시 희생된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아직 한반도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냉험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바라는 참 평화가 무엇인지, 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묵상해봐야 할 것”이라며 “인간의 마음속에 진정한 용서의 태도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어떠한 평화의 과정도 시작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온상을 제거하는 것이 평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기 위한 당연한 조건’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지속적이고 진정한 평화를 향해 나아가려면 무한한 인내와 하느님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자들은 파견 성가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노래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쳤다.
▲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참회와 속죄의 성당 제대에 김대건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는 예식을 거행하고 있다. |
평화를 위한 작은 도구 결심 당부
의정부교구는 파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와 교구 사제 10여 명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 성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참회와 속죄의 성당 제대에 안치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안치된 성인의 유해는 평양교구 진남포본당 출신으로 전쟁 때 월남, 만 40년 동안 부산교구 사제로 살았던 양덕배(요한 사도) 신부가 2012년 선종하기 직전 고향 지인 전영철(야고보)씨에게 전했던 것이다. 성인의 유해가 북한 지역 성당에 봉안되기를 원했던 양 신부의 유지에 따라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기증됐다.
이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흩어진 민족을 하나로 모으시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며 “오늘 전국의 교구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바치는 이 미사는 모든 신자가 더 절실하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또 평화를 위해 작은 도구라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미사여야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사랑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평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며 “우리가 하느님께 청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해 우리는 기도와 용서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교구청 성모당에서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하나되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기도
대구대교구는 교구청 성모당에서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례로 교구 사제단과 신자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남북통일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조 대주교는 강론에서 “6ㆍ25전쟁은 일제 강점기와 함께 우리 근ㆍ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며 “우리가 하느님 말씀대로 바르게 살면, 언젠가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을 다시 모아주실 것이기에 그 날이 올 때까지 민족 화해와 일치,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임동주교좌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장재학 명예기자 |
남북 화해 위한 구체적 실천 촉구
광주대교구는 임동 주교좌 성당에서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립 20주년 감사미사를 겸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 신자들은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설립 20주년 영상을 시청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원했다.
김 대주교는 강론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주님께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 대전교구장 유흥식 대주교와 미사 참여자들이 민족의 일치를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을 펴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대전 민화위 제공 |
교황 방북이 한반도 평화 전환점
대전교구는 솔뫼성지 내 기억과 희망 성당에서 최근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유 대주교는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상황을 풀어갈 해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제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신자들이 열심히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꽉 막힌 남과 북, 북한과 미국 등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항구적 평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교황님의 방북이야말로 한반도의 항구한 평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는 길이 열리도록 다 함께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춘천교구 신자들이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중 한반도 그림 위에 퍼즐 조각으로 남북 전체를 잇고 있다. 춘천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
교구 본당과 북녘 57곳 본당 연계
춘천교구는 죽림동 주교좌성당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이자 춘천교구장 겸 함흥교구장 서리 김주영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교구 61곳 본당과 북녘 57곳 본당을 연계해 지속적으로 매달 남북 한삶 미사 때마다 해당 북녘본당을 지향으로 기도를 바치기로 했다.
교구 방침에 따라, 죽림동주교좌본당은 의주본당과, 양양본당은 기림리본당과, 철원본당은 사리원본당과 결연을 맺는 등 모든 본당이 북녘 본당들과 손을 맞잡게 됐다. 교구가 공식 발표한 결연표에 따라, 각 본당은 짝이 된 결연본당을 위해 특별히 기도를 해나가게 됐으며, 미사 중 신자들은 제대 앞에 설치된 한반도 그림 위에 직접 퍼즐 조각을 이어붙이는 데 동참했다.
김 주교는 “한국 순교자들의 전구로 우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며 “코로나 전염병과 식량 위기로 고통받는 북녘 동포들을 기억하고 실천적인 도움을 줄 지혜로운 방법을 하느님께 청하자”고 당부했다.
다양성 안에서 조화와 일치 이뤄야
원주교구도 명륜동성당에서 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조 주교는 강론에서 “6ㆍ25전쟁은 같은 민족끼리 싸워 일어난 비극이며, 전쟁으로 말미암아 죽음과 생이별, 가정 파괴 등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았다”며 “하느님이 원치 않으시는 분열과 대립, 차별을 극복해 다양성 안에 아름답게 조화와 일치를 이루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본당 민족화해분과장과 평화 기원
인천교구는 교구 성모순례지(성모당)에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제ㆍ수도자 위원과 인천새터민지원센터, 순교자의 모후 전교 수녀회 수도자들, 10여 개 본당 민족화해분과장ㆍ차장과 회원 등이 함께한 가운데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전대희 신부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전 신부는 강론에서 “과거는 갈등의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되는 ‘용서’와 ‘화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를 이루기 위해 신앙인들이 먼저 이해하고 대화하며, 화해하고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통받는 북녘 형제들에게 도움줘야
청주교구도 수동성당에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훈일 신부 주례로 80여 명의 신자가 함께한 가운데 미사를 봉헌했다.
김 신부는 강론에서 “남북 간 대화가 빨리 성사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고통받는 북녘 형제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이웃의 절규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전주교구도 주교좌 중앙성당에서 교구장 김선태 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교구 사제단과 신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김 주교는 강론을 통해 “남과 북의 첨예한 대립은 우리 남한 사회 안에서도 여러 갈등과 대립을 끊임없이 불러일으켰고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며 “지금도 우리 사이에 많은 갈등과 대립은 불편한 남북관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민족 분단으로 인해 수많은 상처와 아픔이 계속되는데도 고통의 소리를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하느님께 이웃의 절규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공동취재단ㆍ장재학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