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어나서 주님을 찬미하며 은총의 순간을 맞이하십시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21-12-02 11:35 조회861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흔히들 미사를 ‘본다’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왠지 미사를, 주님의 희생 제사를 멀찍이 바라만 보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미사 안에서 주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미사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생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를 ‘본다’라고 하기보다는, ‘드린다’, ‘참례한다’라고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미사를 시작하면 먼저 성호경을 긋고, 사제는 모두에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합니다. 이 말은 주님께서 이 미사 안에 현존하심을 확인하는 말이면서도, 반대로 보면 우리에게도 주님과 함께하여야 한다고 권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미사 안에서 여러분도 주님과 함께하시기를 초대하는 것이지요.
‘십자가의 길’에서는 여러 인물이 나옵니다. 특히 주님의 얼굴을 닦아주는 베로니카 성녀를 기억해 봅니다. 사람들은 주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데 모두 바라만 보았지만, 베로니카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 얼굴을 닦아 드립니다.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이러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사는 주님의 희생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또 예루살렘 여인들은 주님의 수난을 보며 울고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고 있습니다. 미사를 드린다는 것은 이런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미사에 함께하여 주십시오. 주님이 홀로 그 길을 가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부디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것을 멀리서 구경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의미에서 미사의 전례에 함께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미사 안에서 평신도의 참여를 권장합니다. 여러분은 미사의 독서, 해설, 복사, 성가대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감사기도 2양식에서 ‘신앙의 신비여’를 외친 다음, 사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가 아버지 앞에 나아와 봉사하게 하시니 감사하나이다.” 이 감사함을 여러분도 함께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감사할 일인지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여러분에게 이 미사에 함께하시기를 초대합니다. 주님의 미사에서 함께 봉사하여 주십시오. 자신의 부족함과 그에 따르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베로니카 성녀처럼 주님과 함께 사람들 앞에 서십시오.
전례 봉사의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여러분이 미사에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미사 안에서 성가를, 신자들의 응답을 마음을 다해 큰 목소리로 소리 내어 주십시오.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사제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이 미사를 봉헌하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십시오. 주님께서 당신의 수난으로 우리를 구원하실 것을 믿으며 주님을 찬미하십시오. 그렇게 이 미사를 당신의 순간으로 만드십시오. 주님과 함께 기뻐하고 또 슬퍼하십시오. 미사는 주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이 미사에서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과 함께 이 미사를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 시작하도록 합시다.<박찬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