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역사 품은 십자가의 길 새단장[가톨릭신문 202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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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2-25 조회 9,614회본문
전주 전동본당, 100여년 역사 품은 십자가의 길 새단장
6·25전쟁 중에 크게 훼손
색 바래고 내구도 약해져 제작 당시 기법 고증 통해 색 보정과 석고 조직 복원
발행일2021-02-28 [제3233호, 5면]
전주 전동본당 100여 년의 역사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이 복원을 마치고 재의 수요일을 하루 앞둔 2월 16일 성당에 설치됐다. 특히 제작 당시의 방식과 재료를 고증해 작품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살려 눈길을 끈다.
이번에 복원된 십자가의 길 14처는 성당 신축 당시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작품으로 석고 부조에 채색한 형태의 조각이다. 그러나 성당을 공산군에게 빼앗기는 등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십자가의 길이 많이 훼손됐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바래고 낡아 성당 보수 공사와 더불어 복원을 진행하게 됐다.
전동본당은 지난해 10월부터 성물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좋은성물연구소를 통해 십자가의 길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십자가의 길은 손톱에 닿아도 부스러질 정도로 내구도가 심각하게 약해져 있었고, 한국 전쟁 이후 임시 수리를 하면서 원재료에 적합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해 석고 조직을 상하게 만드는 등 예상보다도 심각한 상태였다.
이에 고승용(루카) 작가를 비롯한 연구소 소속 작가들은 석고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고, 일부 작품은 3차원 도면을 제작, 이를 바탕으로 철골 구조를 심어 구조를 강화시키기도 했다. 잘못된 안료로 된 덧칠을 제거하고 작품 제작 당시의 재료와 기법을 고증해 채색했다. 단색으로 덧칠됐던 배경도 작품의 본래 성격에 맞도록 새롭게 그려 넣었다. 또한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고려해 성당 조명에 작품 색을 맞춰 14처를 설치한 후에 색 보정 작업도 진행했다.
이번 복원작업을 진행한 고승용 작가는 “예상보다 성물의 파손이 심해 작업량이 상당히 늘어났지만, 성당 보수로 성당에 가림막을 쳐 성당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순 시기를 맞아 성당을 찾는 순례자들이 십자가의 길을 바칠 수 있도록 작업기간을 최대한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많은 성당 미술이 열악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 십자가의 길처럼 전통적인 기법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