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8일 전북 익산 w미술관서 첫 전시 여는 이수현 신부[가톨릭신문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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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4-28 조회 3,923회본문
5월 4~8일 전북 익산 ‘w미술관’서 첫 전시 여는 전주교구 이수현 신부
“해외 선교 사제들 기억해 주세요”
선교지에서 선종한 동창 신부 기리며
해외 선교 사제 위해 전시 수익금 기부
발행일2022-05-01 [제3292호, 21면]
“세계 곳곳에서 열악한 조건이지만 헌신적으로 사목하는 선교 사제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하느님 곁으로 먼저 떠난 동창 신부를 기리며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인 이수현 신부(라우렌시오·전주교구 부송동본당 주임)의 당부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던 이 신부는 광주가톨릭대학교의 동양화반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문인화라고 부르는 사군자에서 시작해, 붓을 잡은 지 40여 년째 한국화를 그리고 있다.
현재는 전주교구 가톨릭미술가회 지도신부도 맡고 있다. 깊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나온 그의 그림을 보고 주변에서는 개인전을 열라는 권유도 많이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손사래 치며 거부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내놓을 만한 그림도 없다며 개인전은 거부했습니다. 그러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신부를 생각하며 이번에 개인전을 열기로 용기를 냈습니다.”
이 신부가 말하는 친구는 소신학교 동창인 고(故) 이후진 신부(마티아·한국외방선교회)다. 둘 다 축구를 좋아해 소신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함께 뒹굴며 정을 많이 쌓았고, 졸업하면서 각기 다른 신학교에 입학하며 흩어졌다. 다시 만난 것은 각자 사제품을 받은 후였다. 이 신부는 어린 시절 운동장을 함께 뛰놀던 친구에게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사제품을 받고 선교사로서 파푸아뉴기니로 선교를 떠났던 후진이가 공소 미사를 가던 중에 돈을 요구하는 포악한 부족을 만났습니다. 당연히 수중에 돈이 없었고, 이에 분개한 부족들은 그 자리에서 후진이의 이를 하나씩 뽑았다고 합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요.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그는 선교사 일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 이후진 신부는 필리핀 바기오라는 새로운 소임지로 갔고 그곳에서 암 선고를 받게 된다. 의료 기술이 비교적 좋지 않은 지역이라, 한국외방선교회 본부에서는 이 신부에게 한국으로 들어와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죽고 묻혀야 한다”는 말과 함께 선교회의 권유를 거부했다. 결국 이후진 신부는 2016년 필리핀 바기오에서 선종했고, 그의 바람대로 그곳에 묻혔다.
이수현 신부는 “그가 열악한 조건의 선교 사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했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10월 13일 기일 미사만 드리는 것에 그쳐 그에게 큰 빚을 진 듯 늘 마음이 무겁고 편치 못했다”며 “뒤늦게나마 내가 가진 작은 탈렌트로 그 빚을 갚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5월 4~8일 전북 익산 ‘w미술관’에서 ‘그 山에 머무르다’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수익금은 모두 해외 선교 사제에게 보낼 예정이다. 이런 사연 덕분인지 전시회에 출품한 50점 작품 거의 대부분이 예약 판매됐다.
그는 “작품이 좋다기보단 뜻이 좋아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고 계신 것 같다”며 “우리의 이런 마음과 관심이 이후진 신부와 같이 열악한 선교지에서 헌신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선교 사제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