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현장 체험[가톨릭신문 202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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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04 조회 3,742회본문
2022 주교 현장 체험
시대의 아픔 서린 현장 찾아 연대하며 위로
해고노동자 쉼터 ‘꿀잠’ 방문
철거 저지에 힘 보태기 위해
인간적 노동 환경 보장 강조
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순례
“민족 화해·일치 이루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부터 화합해야”
발행일2022-05-08 [제3293호, 5면]
한국 주교단이 2022년 ‘주교 현장 체험’으로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쉼터 서울 신길동 사단법인 ‘꿀잠’(이사장 조현철 프란치스코 신부)과 남북 분단의 현장인 강원도 철원군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했다. 주교단은 이번 주교 현장 체험을 통해 한국사회 가장 약자인 해고노동자들의 아픔을 나누고,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4월 27일 꿀잠을 방문해 한국사회에 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주교 현장 체험은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이 안내했으며, 조현철 신부와 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 등도 참여했다.
꿀잠은 한국사회 최초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쉼터로 2017년 개소해 지금까지 약 1만5000명의 노동자들이 숙식을 하며 힘을 얻었다. 하지만 꿀잠이 자리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재개발조합이 2020년 3월 설립인가를 받은 후 본격적으로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꿀잠은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주교들이 꿀잠을 주교 현장 체험 장소로 택한 이유도 꿀잠이 철거돼서는 안 된다는 가톨릭교회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주교단은 꿀잠 각 층과 치과 치료 시설, 옥탑방 등을 둘러보며 꿀잠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해고노동자들이 다시 일어서 삶을 회복하는 보금자리가 되기를 기원했다.
이용훈 주교는 “종교와 이념, 사상을 초월한 분들이 힘을 모아 꿀잠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며 “한국교회 주교들도 꿀잠을 후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주영 주교 역시 “꿀잠이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영적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선태 주교는 주교 현장 체험 일정을 마치면서 “꿀잠은 초대교회 공동체의 나눔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며 “교회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 해 주고 있는 곳이어서 감사하고, 그동안 꿀잠을 몰랐던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고 마무리 인사말을 전했다.
올해 주교 현장 체험 두 번째 일정은 4월 29일 분단의 현장인 강원도 철원군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에서 진행됐다. 주교회의 민화위가 주관한 이번 주교 현장 체험에는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이기헌(베드로)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김주영 주교, 전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장 김운회(루카) 주교가 동행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분단의 상처 치유를 기원하고 남북한 군사 대치 지역에서 복무 중인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모든 일정에 함께했다.
주교단은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에 모여 철원군을 관할하는 군종교구 육군 제5보병사단 열쇠본당 주임 류창훈(파트리치오) 신부 등의 안내에 따라 평화의 길 순례를 시작했다. 김주영 주교는 순례 중 “삶의 현장에서부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해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평화, 화합, 일치를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신철 주교 또한 30여 년 전 군복무 시절 군사시설의 삼엄한 경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사실을 한탄하면서 “남과 북의 화해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남쪽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거부하고 편가르기 하는 현상을 마음 아파하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오후 2시30분경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3㎞ 거리에 있는 주한유엔군사령부 관할구역 통문에 도착했다. 출입 허가절차를 거쳐 철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한 뒤 군용차량을 타고 유엔사 관할구역으로 들어가 6·25전쟁 최고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 지뢰제거·유해발굴작전 기념비,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조망소를 방문했다.
주교단을 비롯한 모든 참가자들은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치고 성가 ‘자모신 마리아’를 합창하며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여정을 마쳤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