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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불난 집에 부채질? / 안봉환 신부[가톨릭신문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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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9-29 조회 1,9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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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불난 집에 부채질? / 안봉환 신부

발행일2022-10-02 [제3312호, 23면] 

 

작년 말, 본당 구역 내 독거노인들을 비롯하여 사회 경제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 절박한 상황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이들에게 물적으로 지원하는 사회복지분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하여 일상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사회복지기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전 신자들에게 집 안에 뒹굴고 있는 동전들, 수명을 다한 폐건전지,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쓰레기와 빈 병을 성당으로 가져오라고 공지했다. 불과 몇 명에 불과하지만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 사회복지분과 회원들은 두 분 수녀님과 함께 땀을 흘려가며 다양한 생활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은 분리수거를 했다. 폐건전지는 주민센터 전용 수거함에 보내거나 전문 수거센터에 연락해 처리하고, 보상 받을 수 있는 빈 병들은 병 속에 든 담배꽁초나 각종 이물질을 깨끗하게 씻어 해당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에 반환하여 환불을 받았다. 소주병은 병 당 100원, 맥주병은 병 당 130원을 환불 받을 수 있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집에 있는 꾸러미 동전들, 심지어 길에서 주운 동전들까지 들고 왔다. 이리하여 사회복지기금이 조금씩 모여져 갔다.

작열하는 태양열에 땀을 비오듯 흘리며 여름을 보내고 있을 즈음,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구역반장에게서 몇 달 전에 발생한 화재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신자에 관한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몇 해 전 다른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우리 본당 구역으로 이사를 왔으나 사무실에 미처 전입신고를 하지 못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활동을 잠시 쉬고 있던 상태여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화재로 주택이 전소된 상황마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 곧장 사목회장과 함께 그 가정을 방문했다. 성당에서 꽤 먼 거리였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화재 상황은 너무나 끔직했다. 산 중턱에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통나무집! 오랜 시간을 두고 온갖 정성을 다해 가꾼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주택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잠깐 장을 보러 갔다 온 사이에 주상변압기에서 가정집까지 연결되는 인입선 입구, 일명 두꺼비집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주택 이층까지 그대로 전소되고 말았단다. 천만다행인 것은 당일 바람이 불지 않아 화재가 산불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택이 화재로 전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산으로 화재가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를 드렸는지 모른다고 되풀이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불타는 집을 보며 소방서에 긴급히 연락해서 화재를 진압했단다. 부랴부랴 잠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중고 컨테이너를 구입했지만, 화재로 인한 큰 충격으로 두 달여 동안 의식주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상태로 지냈단다.

“네 힘이 닿는 대로 이웃을 도와주어라.”(집회 29,20) 뜻밖의 소식을 듣고서 사제관에 들어가 신자들로부터 선물 받은 각종 옷가지들을 상자에 담고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여 사회복지분과장과 함께 그 가정에 찾아가 전해 주었다.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신자들과 함께 그 가정을 위해 주님께 기도했다. 태양열 차단용 자재를 구입하여 사목회장과 봉사분과장과 함께 방문해서 잠자리라도 편하도록 컨테이너 상단에 단열판을 설치해 주었고, 평상을 만들어 낮 시간을 컨테이너 밖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해 드렸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고 그분들을 위로해주고 서로 손을 잡고 이 위기의 순간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했다. “시련을 당하는 이웃 곁에 머물러 있어라.”(집회 22,23)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빈병을 손질하고 종이 쓰레기도 정리한다.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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