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 특집] 전대사 받고 성지순례 해볼까[가톨릭신문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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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1-04 조회 2,489회본문
[위령의 날 특집] 전대사 받고 성지순례 해볼까
연옥영혼의 영원한 구원 위해 바치는 위령기도… 전대사 은총도
11월 1~8일 묘지서 기도하면
연옥영혼에 전대사 양도할 수 있어
6·25 희생자 묻힌 춘천 죽림동
복자 묻힌 전주 치명자산성지
제주 ‘신축교안 비극’ 황사평도
발행일2022-10-30 [제3316호, 9면]
11월 2일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다. 이날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면서 특별히 연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이 정화돼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와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다. 또한 이날 묘지를 방문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연옥에 있는 이들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의 기원과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성지순례도 하면서 연옥영혼을 위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지 내에 조성된 묘역들을 소개한다.
■ 죽은 모든 이 기억하는 위령의 날
고대 로마 관습에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한 기념행사가 있었다. 특히 기일에 무덤에 모여 죽은 이를 추도하며 음복을 나누는 것은 대중적인 일이었다. 교회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세례로 시작된 부활을 향한 파스카 여정의 완성으로 여겼기 때문에 찬미와 감사의 마음으로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고 미사도 봉헌했다.
이처럼 교회는 초기부터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강조했지만, 위령의 날이 공식 전례 축일로 선포된 것은 후대의 일이다. 중세 초기 수도원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수도자들을 기억하던 관습이 있었다. 이를 지역교회가 받아들이면서 위령의 날이 전례 안에 등장했다.
998년 클뤼니 수도원의 오딜로(Odilo) 원장은 수도자들에게 ‘모든 성인 대축일’(11월 1일) 다음날인 11월 2일을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로 지내도록 요청했고, 이는 교회 전역으로 확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와 전대사
모든 성인 대축일과 위령의 날은 살아있는 이들에게 삶과 죽음을 묵상하게 하도록 이끌고 있다.
다만 모든 성인 대축일이 하느님 나라를 완성한 성인들을 기념하는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면, 위령의 날은 연옥영혼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연옥 교리는 1245년 제1차 리용공의회에서 선포됐다. 이후 교회는 연옥의 존재에 관한 교의를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죄에서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은 죽은 다음 영원한 구원을 보장받기 위해 온전한 회개, 곧 정화를 거쳐야 한다. 이렇듯 연옥은 장소 개념이라기 보다 정화를 해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 연옥은 한시적이지만, 연옥영혼들 스스로의 힘으로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성인들의 통공에 힘입어 지상에서 순례하고 있는 신자들은 연옥영혼들이 그들의 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를 바친다. 이를 위령기도라고 한다.
이처럼 위령 성월은 연옥영혼을 위한 특별한 시기다. 특별히 교회는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묘지를 방문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면 연옥영혼들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은총을 부여하고 있다.
■ 성지 내 묘역, 춘천에서 제주까지
연옥영혼의 구원과 전대사도 받을 수 있는 위령의 날. 묘역을 방문해 신앙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며 기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다.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묘지들은 전국 각지에 조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성지 내에 마련된 묘역 몇 군데를 소개한다.
춘천교구 죽림동성당 뒤편에는 교구 순교자·성직자 묘역과 순교자 현양비가 있다. 이곳에는 춘천교구에서 사목하다가 선종한 사제들과 목자로서의 소명을 수행하다 희생된 순교자 등이 묻혀있다. 제7대 교구장 김운회(루카) 주교는 2017년 9월 순교자 성월에 6·25전쟁 순교자들이 묻힌 죽림동 묘역 성지 선포 교령을 발표했다.
춘천교구 초기에는 아일랜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서 파견한 선교사제들이 헌신적으로 사목했다. 그들 중 1950년 전쟁 때 순교한 사제들이 묘역에 잠들어 있다. 또한 북한 지역에서 순교해 유해를 모실 수 없는 사제들을 위한 가묘를 조성해 기도하고 있다.
드망즈 주교의 허원으로 건립된 대구대교구청 내에 위치한 성모당은 순례자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열린 성지, 치유의 성지로 많은 신자들이 찾고 있다. 1918년 축성된 성모당은 1990년 12월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됐고, 2009년에는 로마의 성모 대성당과 영적인 유대를 맺은 성모 성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성모당 근처에 1915년 조성된 성직자묘지가 있다. 드망즈 주교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과 교구 성직자들이 안식을 누리는 곳이다. 묘지 입구에 적힌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는 죽음을 생각하게 하면서 산 이와 죽은 이들의 통교를 이끌고 있다.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에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호남의 사도’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과 그의 가족 6명이 합장돼 있다. 이 중에는 다블뤼 주교가 ‘한국 순교자들의 보석’이라고 칭송한 동정부부 복자 이순이(루갈다)·유중철(요한)도 포함돼 있다.
유항검 가족은 처음에 초남이 근처 바우배기에 매장돼 있다가 1914년 보두네 신부가 유해를 모셔와 현재 자리에 이장했다. 순교자 묘 밑에는 기념성당도 자리하고 있고 십자가의 길도 함께 조성됐다. 치명자산성지 묘는 도지정 기념물 제6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주교구에는 황사평성지가 있다. 황사평은 교구의 무명 순교자들이 잠들어 있는 묘역이다. 제주도에는 1899년 선교사가 파견되면서 급속도로 교세가 확장됐다. 하지만 토속신앙으로 행해지고 있던 미신행위를 근절시키고 여러 가지 도덕적 생활을 요구하는 천주교 교리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도민들은 외부 종교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됐다. 아울러 여러 가지 시대적 요인들로 인해 제주에는 외부 세력에 대한 저항감이 팽배해졌다. 결국 1901년 ‘신축교안’이라는 비극적 민란으로 번졌고, 수많은 신자와 양민들이 희생됐다. 사태가 수습된 후 교회는 1903년 조정으로부터 황사평 땅을 보상받았고, 연고 없는 28구의 유해를 모아 안장했다. 현재는 신축교안 순교자 묘역뿐 아니라 교구의 공동 안장지로도 사용되고 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