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성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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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2-21 00:00 조회2,75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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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말씀이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이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는데도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이 자기 나라에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분을 맞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요한 1,10-12.)
성탄이 되어 구유장식 앞에 서면, 우리는 이 말씀을 눈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이 거기 걸려 있는 데도, 사람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 오늘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 옛날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목동들처럼, 오늘도 온갖 어려움을 안고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그분께 대한 믿음으로 그 짐을 가벼운 듯 짊어지고 큰 보람과 기쁨 속에서 살아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행스럽게도 그분을 믿어 하느님의 자녀가 되신 형제자매 여러분!
너무나 뜻밖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더욱 가까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영혼 속 깊이에, 그리고 가정과 하시는 일에도 들어오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해서 삶이 아무리 겨울처럼 스산하고 추워보여도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오시는 그분 덕택에 늘 따뜻하고 넉넉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우리는 나라에서 특히 잘 알려졌던 분들이 세상을 떠나시는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선종하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중 매체를 통해서 잘 알려졌던 여러 분들은 뜻하지 않게 삶을 마치셨습니다. 이런 일을 접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겉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무겁고 삭막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께서 보시기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8-30).
권력자는 법도 절차도 건너 뛴 채 수천만, 수억 년에 걸쳐 자연이 만들어놓은 산하를 파헤치고, 여유 있는 계층은 이웃의 손길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점점 더 외면하고, 배운 사람들은 그 머리를 공익 대신 자신만의 부귀와 영달을 위해 굴리고 있을 때,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십니다. 그분은 맨 끝자리를 차지하셨기 때문에, 아무도 그 자리를 빼앗으려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권력자, 재력가, 지식인들은 한 때 반짝하고 자리를 떴지만, 예수님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언제나처럼 서러운 사람, 무거운 짐에 짓눌리는 사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 손을 내밀어 주십니다. 세상은, 우리 모두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이 분을 찾고 이분에게서 영혼의 안식을 찾을 것입니다.
아니 우리가 찾기 전에 그분이 먼저 오시어 우리의 마음 문 앞에 서서 말씀하십니다.
"들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게 될 것이다"(묵시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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