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예수부활대축일 메시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4-18 00:00 조회2,74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이 사람들이 내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하려고"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 부활 대축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을 죽이고 새로운 생명 속으로 승리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틔워주시고 삶의 바탕이 되는 진리를 알려주셨습니다. 당신께서 가신 길을 똑 같이 걸어서 당신께서 도달하신 그 곳에 우리도 함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께 드린 기도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나는 아버지께로 갑니다. 아직 세상에 있으면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 사람들이 내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3).
그렇습니다. 주님께서 말씀으로 또 몸으로 가르쳐 주신 이 길을 가면, 우리 하나 하나는 그분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분을 깊이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부활을 준비하며 보낸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미사에서 묵상한 성서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그렇게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던 사람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깊이 만나시며, 부드럽게, 서두르지 않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꼭 맞는 단계를 따라가며, 그들 하나하나를 다시 살려 주셨습니다. 야곱의 우물가에서 만난 사마리아 여인에 관한 이야기가(요한복음 4장/이번 사순절 제3주일) 그렇고,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소경을 고쳐주신 이야기가(요한복음 9장/이번 사순절 제4 주일) 또한 그렇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저는 이번 부활대축일을 맞아, 삼십 팔 년 동안이나 앓고 있다가 예수님을 만나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 따르면,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양의 문 곁에 있는 베짜타라는 못 둘레에 세워진 행각에서 그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그 때 소경, 절름발이, 중풍병자 등 수많은 병자들이 거기 누워있었습니다. "이따금 주님의 천사가 그 못에 내려와 물을 휘젓곤 하였는데 물이 움직일 때에 맨 먼저 못에 들어가는 사람은 무슨 병이라도 다 나았 기"(요한 5,4) 때문에, 그들은 그 기회를 노리며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많은 병자들 가운데 가장 불쌍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물으셨습니다. "낫기를 원하느냐?" "선생님, 그렇지만 저에겐 물이 움직여도 물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가는 동안에 딴 사람이 먼저 물에 들어갑니다." 그 사람의 이런 하소연에 예수께서 "일어나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거라" 하시자 "그 사람은 어느새 병이 나아서 요를 걷어들고 걸어갔다"고 성서는 증언합니다.
이 복음이 나오는 지난 사순 제4 주간 화요일 미사의 제1 독서는 에제키엘서 47장에서 따온 것(47,1-9.12)입니다. 거기에서는 예언자가 천사에게 이끌려 성전 정문으로 가 보았을 때 그 앞에서 펼쳐지는 놀랍고 신비로운 광경을 소개합니다. 그는 성전 동쪽 문턱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그 물의 원천은 성전 "오른쪽"이었습니다. 거기에서 처음에는 실낱같이 작게 흘러나온 물이 밖으로 흘러가면서 양이 점점 불어났습니다. 그래서 성전 경내를 벗어나 벌판으로 흘러가면서 처음에는 발목에 차고, 다음에는 무릎에 차고, 그 다음에는 허리에 차고, 마침내 "물이 불어서 헤엄이나 치면 건걸까, 걸어서는 건너지 못할 강이 되어있었다"고 예언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천사는 에제키엘에게 말합니다. "이 물은 동쪽으로 가다가 메마른 벌판으로 흘러내려 사해로 들어간다. 이 물이 짠 사해로 들어가면 사해의 물마저 단물이 된다. 이 강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온갖 생물들이 번창하며 살 수 있다. 어디로 흘러 들어가든지 모든 물은 단물이 되기 때문에 고기가 득실거리게 된다. 이 강이 흘러 들어가는 곳은 어디에서나 생명이 넘친다. 이 강가 양쪽 언덕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며 잎이 시드는 일이 엇다. 그 물이 성서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다달이 새 과일이 나와서 열매가 끊어지는 일이 없다. 그 열매는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2. "율법은 장차 나타날 좋은 것들의 그림자일 뿐 실체가 아니다"(히브 10,1) 하신 말씀대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것들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께서 이루어주실 "좋은 것들"을 보여주는 그림자 혹은 상징입니다. 그래서 에제키엘 예언자가 본 이 장면은 "참된 성전"이신(요한 2,19-21 참조) 하느님 아들 그리스도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실 피와 물을 미리 보여주는 상징이었습니다. 이 상징이 가리키는 실체에 관해 성서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군인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요한 19,34). 주님께서는 당신의 피로 우리의 죄를 씻어주셨습니다.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장면(요한복음 13장)은 십자가에 피를 흘려 모든 인류를 씻어주실 일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그 때 시몬 베드로가 너무 황송하여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했을 때, 예수님께서 주신 대답은 수수께끼 같은 데가 있었습니다.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하고 사양했을 때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은 더욱 큰 수수께끼였습니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피를 다 쏟으시고 돌아가신 다음 무덤에 묻히셨다가 부활하셨을 때 베드로는 비로소 예수님의 말씀을 깨달았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몸속에 들어있는 피와 물을 다 쏟아 자신과 온 인류를 씻어주신데 비하면, 대야에 든 물로 발을 씻어주신 정도는 실체 앞에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것을 깨달은 히브리서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단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가셔서 염소나 송아지의 피가 아닌 당신 자신의 피로써 우리에게 영원히 속죄 받을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히브 9,12). 바오로 사도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우리 죄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우리가 이제 그리스도의 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니 그리스도의 덕분으로 하느님의 진노에서 벗어나게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로마 5,6.9)
3. 요즈음 많은 이들이 고통, 스트레스,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어떤 이들은 극단적 선택까지 합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사망 원인 가운데 첫 자리를 자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온 나라가 한 방향으로만 달려왔고, 지금도 그 쪽을 향해 모두 질주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는 사실은 “잘 산다”는 말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묻게 합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 사람의 70퍼센트가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라고 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한 듯 보이는 사람들 중에도 실제로는 병자가 그렇게 많은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삼십 팔 년 동안이나 병을 앓으며 베짜타 못가의 그 행각에 누워있던 사람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리스도를 만났고, 그분을 통해서 그분을 보내신 분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분의 말씀을 내 생명 속에 더욱 깊이 받아들이고 죽음의 물을 생명의 물로 바꿔주시는 그 힘이 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깊이 스며들게 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부활하신 분의 생명이 내 삶을 가득 채우면, 이제부터는 내가 예수님처럼 생명의 물이 솟아나는 샘이 되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물을 전해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7-38).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면서 언제나 그 물이 솟아나게 해 주시고, 성령을 통해서 빛과 힘을 가득히 베풀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
Warning: Use of undefined constant php - assumed 'php' (this will throw an Error in a future version of PHP) in /home/jcatholic/www/skin/board/bishopkim/view.skin.php on line 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