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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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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2-29 00:00 조회2,6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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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를 맞이하며

 

야훼는 나의 목자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결혼하여 첫 아들을 가졌는데, 낳고 보니 불구였습니다. 그 일로 이 여인은 아기와 함께 소박을 맞아 외롭게 40년을 살았고, 그 동안 기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이웃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마침 그날 미사에서는 요한복음 9장 태생 소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거기에서 제자들은 소경을 보자마자,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 상식에 따라 예수님께 묻습니다. “선생님,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누구의 죄입니까? 자기 죄입니까? 그 부모의 죄입니까?” 그때 사람들은 누가 큰 불행을 당하면, 누군가가 죄를 지어 하느님께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때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뜻밖의 불행한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저지른 잘못을 떠올리고, 그 때문에 천벌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심리 속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 여인도 성치 못한 아들을 낳아 온갖 어려움 속에서 기른다는 고통에 더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그보다도 더 혹독하게, 자신이 무언가 잘못해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생각에 평생 짓눌려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니다.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귀에 들려 왔을 때, 그 여인은 지난 40년 동안 가슴에 얹혀있던 육중한 바위가 한꺼번에 굴려나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특히 우리 교구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 먹고 살기가 참으로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여러 면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농촌은 말 할 것도 없고, 도시에서도 활기가 크게 떨어져있음을 봅니다. 많은 이들이 마지막 의지처로 삼고 살던 동네 구멍가게들이 대형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의 그늘에 시들어가거나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이후, 사람들의 시름은 한 층 더 깊어졌습니다. 

 

새해에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희망이 넘치고 힘이 솟아올라야 할 텐데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니, 이때 쯤 흔히 주고받던 덕담도, 비가 계속 내리는데 햇빛이 화창한 봄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허하게만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온 세상이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에 휩싸여 있습니다. 한 때 세상에서 제일 부자였던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잘 살던 사람들이 가난해지면, 본래 가난하던 이들보다 더 견디지 못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 살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산은 있다가도 없어질 가능성이 언제나 많기 때문에, 먹고 사는 일에만 목숨을 걸고 살면, 불안에서 해방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때 예수님의 말씀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 6,31-34).

 

예수님의 이 말씀을 깊이 받아들여 마음에 새기고 정신 속에서 잘 소화시키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서 시편 23(22)장의 노래가 조금씩 울려나오고, 그것이 마침내 어떤 처지에서든지 우리를 지켜주는 빛과 힘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남의 땅에서 집도 절도 없이 극도의 설움과 가난에 시달리다가, 그런 처지를 과감하게 뒤로 하고 자유와 해방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이름 “야훼”를 건네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역사를 품고 있는 하느님의 이름은 언제 어디서나 같은 힘을 가지고 그분의 백성을 지켜주고 온갖 시련을 이겨내게 합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누여 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 주시니

내 영혼 싱싱하게 생기 돋아라.

 

주께서 당신 이름 그 영광을 위하여 

곧은 살 지름길로 날 인도하셨어라.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를 간다 해도

당신 함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나이다.

 

당신의 막대와 그 지팡이에

시름은 가시어서 든든하외다.

 

내 원수 보는 앞에서, 상을 차려 주시고

향기름 이 머리에 발라 주시니

내 술잔 넘치도록 가득하외다.

 

한평생 은총과 복이 이 몸을 따르리니,

오래 오래 주님 궁에서 살으오리다.

                                   - 시편 23(22)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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