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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사 중단에 관련한 전주교구장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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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3-11 17:20 조회2,0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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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없는 사순절을 보내며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우리 교구는 이번 사순절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도 미사도 없이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코로나19의 급속적인 확산으로 말미암아 교구민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구가 부득이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교구의 이런 결정을 널리 이해해주시고 적극 협조해주신 교구민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미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전례헌장 11)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미사에서 신앙생활의 온갖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미사를 통해서 형성되고 성장하며, 나아가 스스로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한국천주교회는 박해 중에도 전쟁 중에도 미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사가 갑자기 중단되어 교우 여러분이 크게 당황하셨을 것입니다. 아니 예기치 않게 삭막한 광야에 내쳐졌다는 느낌마저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것도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특별히 묵상하는 사순절 벽두부터 십자가의 죽음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미사를 봉헌할 수 없었으니 무척 마음 아프셨을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교우 여러분 한분 한분을 하느님께서 위로해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미사 없이 사순절을 지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순절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먼저 교중미사 시간에 교우들로 가득해야 할 성당이 텅 비어있는 모습은 성금요일을 연상시킵니다. 이번 사순절에는 성전의 십자가가 가려지고 제대가 벗겨지고 감실이 비워진 성금요일이 줄곧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광야의 생활이 길어질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미사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며 미사에 대한 갈망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하느님을 향한 영적 갈망이 크게 샘솟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는 교우 없이 홀로 미사를 봉헌하면서 교우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교우들도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각각 새롭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위해 모든 교구민이 정말 한마음이 되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각들과 모습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특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위기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려운 우리의 처지를 속속들이 아시며, 이를 극복하도록 분명 더 풍성한 은총을 베풀어주십니다. 그리고 이런 시련을 통해 우리에게 더 좋은 것도 베풀어주십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기도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움을 인내하며 이겨냅시다.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막연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히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내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합시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도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감염으로 인해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들을 돌보고 감염병을 퇴치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을 위해서도 기도를 드립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인 불안,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배척과 혐오, 혼란 등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고 또 사랑으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틀림없이 들어주실 것입니다.

교구민 여러분, 사순절의 근본정신은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을 받으시고 목숨을 바치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에게서 그토록 큰사랑을 받았으니, 우리도 이웃을 특히 어려운 이웃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마음으로 함께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돕는 데에도 정성을 모읍시다. 자선은 주님께서 즐겨 받으시는 제물입니다. 그리하여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갖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주님의 부활을 기쁘게 맞이하도록 준비합시다.

 

2020311

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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