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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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20-12-17 14:32 조회2,0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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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희망을 다집시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모든 사람들을 환히 비추고 계십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빛으로 말미암아 교우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여 평화를 가득 누리기를 빕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민족들의 억압과 침략으로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이사야는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하고 예언했습니다. 장차 구세주가 오시어 백성을 억압과 감금과 죽음 등에서 구원하실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입니다. 이 약속은 암울한 하느님의 백성에게 분명 희망의 빛을 비추어 주었고,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을 충실하게 믿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약속은 오늘 예수님의 탄생으로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과연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습니다.”(요한 1,9). 이 빛은 어두운 세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어두운 마음속까지도 환히 비춥니다. 아무도 이 빛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성탄은 어둠을 몰아내시는 참빛을 경배하는 날이며, 그러기에 구원의 희망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축제일입니다.
이 성탄절에 저는 아기 예수님을 중심으로 구원의 희망을 굳게 간직한 분들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바로 마리아와 요셉입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했습니다. 마리아는 구세주 탄생 예고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 하고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는 천사의 말을 듣고서 믿었고, 희망의 불씨를 전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요셉도 마리아의 잉태를 알아차리고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했지만 천사의 말을 듣고서 희망을 간직한 마리아를 맞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와 요셉은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그 애처로운 밤중에도 희망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했습니다. 그들은 탄생하신 아기가 바로 희망이심을 믿었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지켜냈습니다.
그 이후 그들은 성전에 올라가 아기가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34)이 될 것이라는 예고를 듣고 크게 놀랐습니다. 그러나 아기에 대한 희망을 소중하게 간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마태 2,13)는 천사의 전갈을 듣고서 희망을 지키기 위해 길을 떠났습니다.
나아가 마리아와 요셉은 성전에서 예수님을 잃어버려 사흘 동안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희망하며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마침내 마리아는 골고타의 어두운 오후 시간에도 결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당신 아드님께 모든 희망을 걸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와 요셉 두 분은 그야말로 ‘희망의 지킴이’로서 하느님 백성에게 탁월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희망의 빛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물질만능주의, 극심한 개인주의, 소비주의, 상대주의 등의 그릇된 가치관들이 만연하고 있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어려움을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며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탄은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부모님에게서 희망하는 법을 배우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보여주는 모범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아기 예수님을 마음속에 모시는 일입니다. 사실 갓난아기는 그 부모와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많은 기대와 더불어 희망을 안겨줍니다. 아기 예수님은 참하느님이시기 때문에,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희망이십니다. 그분은 결코 속이시지 않는 분이며, 또 언제나 성실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으로부터 다른 모든 희망이 기인하기 때문에, 그분은 절대적인 희망이십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이 예수님을 자기 마음속에 온전히 모셨습니다.
둘째, 십자가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예수님 곁에 머무는 일입니다. 인생에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더러 있습니다. 그야말로 캄캄한 어둠의 시간, 원망과 절망만이 난무하는 혼란의 시간입니다. 신뢰했던 사람의 배반이나 사업의 실패, 예기치 않은 불치병이나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등이 그러한 절망에 이르게 합니다. 하지만 이때야말로 예수님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서 그분께만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고통의 이유로 그분을 멀리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며 희망을 다지고 키웠습니다. 십자가의 시간에도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힘들 때마다 더욱더 자주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셋째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당신 아들 예수님께 모든 희망을 두셨던 마리아는 혼인잔치의 곤경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예수님께 알림으로써 잔치주인을 도와주었습니다. 희망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하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마음속에 계신 아기 예수님이 분부하신 대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은 틀림없이 우리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하며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기를 바라십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댕기기를 원하십니다.
교우 여러분,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빛을 환히 비추고 계십니다. 그 빛을 따라 온갖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절망을 물리치고 희망의 길로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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