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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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인 세실리아 작성일21-12-14 11:19 조회80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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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성탄 메시지]
우리를 부유하게 하신 가난의 신비
(2코린 8,9 참조)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내려오셨습니다.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온 누리에 가득 내리기를 빕니다.
천사는 구세주의 탄생을 이렇게 선포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것이다”(루카 2,11-12). 지금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하느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건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선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인간 본성을 받아들이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온전한 하느님이시며 온전한 사람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이며, 성탄의 신비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하느님이 연약하고 작은 아기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하셨을까요? 무슨 까닭으로 하느님은 작은 아기로 곧 빈손으로 오셨을까요? 하느님이 당신 손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다른 무언가를 주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을 주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 구세주 안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콜로 1,19)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분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진 셈입니다. 하느님의 충만한 생명마저 누릴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어둠을 밝히시는 빛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는 진리이시며,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생명의 빵이시며, 그분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삽니다(요한 6,51 참조).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부활이며 생명이십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모든 것은 바로 그분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요한 1,11 참조).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갈망하는 모든 것을 예수님 안에서 찾을 수 있는데도, 그분을 외면하고 거절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은 그런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이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이 크게 지쳐 있고 심리적 불안과 불신과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더 변두리에 내몰려 생활고에 크게 시달리고 생존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세주의 탄생은 우리를 크게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티토 2,11)이시고, 또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손수 알려주시기 때문입니다.
먼저 예수님은 코로나 사태의 짙은 어둠 속에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께 마음을 열라고 당부하십니다. 힘들 때일수록 하느님께 눈길을 돌리며 그분께 희망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두려움을 떨쳐내고 온갖 환난에 억눌리거나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거센 세파가 몰아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7,25-26 참조). 참된 신앙인의 삶은 반석 자체이신 하느님 위에 세워졌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힘껏 붙잡아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도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고 실제로 우리를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어 누릴 수 있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눈을 돌리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은 친히 우리 가운데 한 사람, 그것도 가난하고 연약한 아기가 되시어 초라한 구유에 누워 계십니다. 바로 가장 힘없고 약한 이들 안에서 당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들을 돌보는 일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연약한 아기에게 도움이 필요하듯이,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사실 지금 코로나 사태의 상황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기적인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자신의 필요에만 더욱더 집착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을 불편하고 번거롭게 여기고 그들의 고통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결국, ‘나만의 세상’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으며 오로지 함께라야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모든 형제들 32항). 그리고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을 향하는 행동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마음을 활짝 열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돌보면, 무엇보다 우리의 삶이 피어나고 우리는 삶의 참다운 아름다움과 충만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형제애를 증진시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 고통에 짓눌린 이들, 가난에 시달리는 이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입시다. 그들을 정성껏 돌보고 일으켜 세웁시다. 바로 이런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다.”(2코린 8,9)는 성탄의 신비를 잊지 맙시다. 그리고 이 신비를 우리가 실천하여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성탄절과 새해가 되기를 빕니다.
2021년 성탄절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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