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선 가난한 사람 곁으로 찾아오신다[가톨릭평화신문 2018-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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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1-02 조회 2,000회본문
“그분께선 가난한 사람 곁으로 찾아오신다”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 성탄 앞두고 가난한 이웃 찾아 사랑과 위로 전해
▲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가 14일 심장질환과 당뇨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이 아뽈로니아씨 집을 방문해 고충을 듣고 있다. |
“연옥에서 받을 벌을 면제해 주시려고 지금 이렇게 힘든 일을 주시나? 이런 생각을 해요.”
“하느님은 우리를 벌하고 나무라는 분이 아녜요. 모두를 사랑하는 분입니다.”
심장질환과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이 아폴로니아(59)씨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자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가 창백한 이씨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14일 성탄을 앞두고 이뤄진 교구장 가정방문에서였다. 이날 김 주교는 경제적,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 3곳을 방문하고 쌀과 김, 생활용품 등을 선물했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손자를 돌보는 조모(78)씨는 김 주교의 위로에 눈물을 보였다. 허리를 다쳐 거동까지 불편한 조씨는 “걷을 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속상해하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김 주교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생각하자”며 안수 기도를 하고 격려했다. 면담을 마친 조씨는 현관 앞까지 다리를 끌고 나와 배웅했고, 김 주교도 문이 닫힐 때까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부부 모두 척추 장애를 가진 황 스테파노(53)씨와 김 안나(46)씨 집에선 즉석 고해성사가 이뤄졌다. 스스로 호흡이 어려워 산소호흡기를 사용하는 황씨가 “호흡기 소음이 너무 커서 미사에 방해될 것 같아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기 때문이다. 방에서 성사를 받고 나온 황씨는 “속이 다 후련하다”며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김 주교는 “예수님께선 짐승이 지내는 곳의 먹이통에서 태어나셨다”며 “그분께선 가난한 사람 곁으로 찾아오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반갑게 맞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교구 가정방문실은 1992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장애인, 이주민 등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금과 물품을 지원해오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교구장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고충을 듣고 기도하고 성사를 준다.
한편 전국 각 교구의 주교들은 성탄의 기쁨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관련 시설을 방문하고, 미사를 봉헌한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소아병동을 방문해 환아들을 위로했다.
백슬기 기자 jdarc@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