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촌 한마음으로 연대해 우리농 살리자[가톨릭평화신문 2020-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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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8-11 조회 1,439회본문
“도시-농촌 한마음으로 연대해 우리농 살리자”
전국 교구 제25회 농민 주일 기념 미사·행사 이모저모
2020.07.26 발행 [1574호]
▲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제25회 농민 주일 기념 미사에서 서울 우리농 생활공동체 운영위원들이 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에게 생명의 쌀과 흙을 봉헌하고 있다. 서울 우리농본부 제공 |
전국 각 교구는 19일 제25회 농민 주일을 맞아 기념 미사와 행사를 거행했다. 각 교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출하지만 경건하게 농민 주일의 의미를 널리 알리며 땅과 생명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교구별 농민 주일 행사를 종합했다.
서울대교구는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를 주제 성구로 농민 주일 기념행사를 열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천주교 농부학교 출신 도시 농부들과 신자들이 참여해 도시와 농촌의 연대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아울러 미사 중에는 생명의 쌀과 흙, 빵과 포도주를 봉헌했다.
유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농민 주일이 제정된 이유는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잘 살기 위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어떻게 더 잘 펼쳐나갈 수 있을지 마음을 모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그러면서 “농민 주일은 농민만이 아니라 그들과 연대하고 의지하는 도시민, 즉 우리 모두를 위한 주일”이라며 우리농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명동대성당 앞마당에는 우리농 후원회원과 후원금을 접수하는 부스가 마련됐다. 각 교구 가톨릭 농민을 담은 사진도 전시했다. 서울 우리농본부장 이승현 신부는 “농민 주일 뿐 아니라 매일 밥을 먹을 때마다 밥상의 시작인 농민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천주교 농부학교 졸업생들은 ‘우리나라 농민이 사라진다면?’을 주제로 팻말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수입 농산물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식량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농부학교 동문회장 김민정(크리스티나, 서울 혜화동본당)씨는 “수입 농산물이 싸다고 의존하면 무역이 막혔을 때 값을 줘도 못 사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농부들이 정성껏 가꾼 우리 농산물을 소비해 그들이 긍지를 갖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또 대성당 앞마당에서 들머리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농민 주일 제정 배경과 연대기를 담은 벽보를 전시했다. 벽보에는 25년간 발표된 농민 주일 담화 가운데 특히 중요한 6개 사례와 그 배경이 된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를 소개했다.
▲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영천시 화북면 자천공소 인근에 있는 아로니아 농장을 축복하고 있다. 최태한 명예기자 |
대구대교구 노동사목부(부장 김호균 신부)는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자천공소(공소회장 서종대)와 금호2리 일대에서 복숭아 및 아로니아 농장 축복식을 갖고, 제25회 농민 주일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차원의 농민 주일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농업은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며 “농민 여러분들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함께하는 소중한 일을 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주교는 “자천공소는 박해시대 충청도와 경기도 지방의 신자들이 경상북도 북부 지방으로 박해를 피해 왔다가 다시 박해를 피해 이주한 유서깊은 곳”이라며 “농장 축복식을 한 지역이 질부리공소가 있던 부근으로 옛 박해 시대의 신앙 선조들의 삶이 그려진다”고 숙연해 했다.
2026년 설립 100주년을 맞는 자천공소에는 60여 명의 공소 신자들이 농업에 종사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주로 복숭아와 자두, 아로니아를 수확한다. 축복식을 거행한 복숭아 농장은 서종대(안토니오) 공소 회장의 농장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장신호 보좌 주교가 군위본당이 관할하는 부계공소에서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농장 축복식을 거행했다.
안동교구는 농은수련원에서 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미사를 봉헌했다. 권 주교는 강론을 통해 “생명 농법을 실천하는 농부들은 후세에게 생명이 깃든 지구를 물려주는 이들”이라며 “하느님을 믿고 끝까지 참고 견디면 구원의 월계관을 쓰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권 주교는 미사가 끝난 뒤 교구 농민들과 함께 조촐하게 잔치 한마당을 벌였다. 아울러 송현동ㆍ남성동ㆍ계림동ㆍ휴천동ㆍ의성ㆍ울진ㆍ북면성당 등 교구 7개 성당에서는 12일 ‘찾아가는 우리농 장터’가 열렸다. 특히 송현동성당에서는 소속 공소인 풍산공소 신자 소농들이 재배한 생명 농산물을 판매, 교구 최초로 ‘로컬푸드 운동’을 시행했다. 로컬푸드 운동은 농산물을 생산한 지역에서 생산된 그 농산물을 직접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교구 우리농본부장 안영배 신부는 “이렇게 마련한 교구 내 농산물 생산ㆍ유통 체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소농도 살리고, 본당ㆍ공소 간 교류 활동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교구도 원당동성당에서 교구 우리농본부장 정성일 신부 주례로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또한, 9시ㆍ11시 미사 전후로 성당 앞마당에서 우리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어 교구 우리농 회원들이 김포ㆍ강화에서 재배한 목이버섯과 꿀, 즙 등 친환경 먹을거리를 판매했다.
대전교구는 18일과 19일 세종 성요한성당에서 교구 우리농본부장 강승수 신부 주례로 우리농 홍보 미사를 봉헌했다. 또한 직거래 장터도 열었다.
강 신부는 교구 내 당진ㆍ예산 분회 등 두 분회 유기농 쌀 생산농가들의 수고를 전하고, 특히 생명농산물 판매망이 많지 않아 소비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열린 직거래장터는 코로나19 사태로 본당 교중 미사에 함께한 신자들이 많지 않아 그리 북적대지는 않았지만, 교구 농산물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유기농 쌀과 곡류, 계절상품, 1차 가공품 등을 위주로 4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주교구 농촌사목부(전담 조민철 신부)는 전북 전주 화산동성당(주임 김요안 신부)에서 농민 주일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조민철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교구 농촌 사목의 중심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라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어렵고 힘들게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농산물을 소비해주는 신자들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회는 농민들과 신자들 먹거리의 중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생명농업이 멈추지 않고 교회 안에서 확대될 수 있도록 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작은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주교구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예정했던 나눔 행사를 취소됐다. 다만 토마토와 비트즙 판매, ‘우리농 생명쌀 지킴이’를 모집하는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가 태장동성당에서 봉헌된 농민 주일 기념 미사에서 농민들의 노고와 하느님의 도움을 기억하며 기도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백정현 명예기자 |
원주교구는 태장동성당에서 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농민 주일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조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 국민의 10%도 채 되지 않는 농민들이 지은 쌀과 먹거리로 우리가 배부르게 먹고 지낼 수 있는 것도, 농민들이 매일 밭에서 땀 흘려 농사짓고 풍요로운 소출을 얻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농민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빵만이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하느님께서 씨앗처럼 뿌려주신 말씀을 잘 새기고 살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원주교구 가톨릭농민회는 이날 미사 후 쌀 약정 회원을 모집하고,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담은 ‘우리농 꾸러미’를 판매했다. 또 매달 한 번씩 농민들이 직접 도정한 쌀을 바로 배달해 받을 수 있는 ‘쌀 약정 회원’도 모집했다.
춘천교구도 퇴계성당과 애막골성당에서 각각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교구 우리농촌살리기 활동상을 전했다. 친환경 쌀 나눔행사도 벌였다.
부산교구는 안락성당을 비롯한 각 성당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하고, 떡 나눔과 쌀 지킴이 회원 모집, 우리농 생활공동체 나눔터를 개최했다. 교구 가톨릭농민회 회원들이 재배한 쌀과 양파, 옥수수 등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도 열렸다.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오창석 신부는 안락성당에서 주례한 기념 미사에서 특별히 유전자 조작(GMO) 식품과 농약의 문제를 재차 지적하며 생명농업의 중요성을 전했다.
마산교구도 대방동성당에서 교구 우리농본부장 강형섭 신부 주례로 농민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또한, 우리농 생활공동체 나눔터를 열고 모든 물품을 10%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수원교구 안성지구(지구장 문병학 신부)와 인덕원본당(주임 김봉학 신부)은 18일 첫 ‘도농 직거래’ 행사를 가졌다. 도농 직거래 행사에서는 가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 친환경 작목반이 생산한 무농약 감자 100상자를 인덕원본당에 전달했다. 이번 도농 직거래는, 친환경 농업의 확산과 도농 직거래를 통한 상생을 위해 안성지구 생태사도직 공동체 ‘벗’이 인덕원본당에 제안해 성사됐다.
안성지구 생태사도직 공동체를 위한 미사가 같은 날 대천동 본당 등 교우 약 1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봉헌됐다. 안성지구장 문병학 신부는 축사를 통해 “농민 주일 25주년을 맞게 된 것은 ‘우리농’과 같은 사회적 경제 시스템이 뒷받침을 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경제와 마을 공동체 운동의 결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생명과 환경을 살리는 농업의 기반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농민회 수원교구연합회 양기석 지도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농민들의 정성이 인류 전체의 생존과 창조 질서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교우들과 시민들 모두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수원교구연합회 최현주(요한 사도) 회장은 “농업 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 식량 자급률 감소, 수입 농산물의 증가 등 농업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신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오세택ㆍ이상도ㆍ이정훈ㆍ도재진 기자
백정현(원주)·최태한(대구) 명예기자
기사 제공=김도숙(전주교구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