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 인터뷰[가톨릭평화신문 202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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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0-01 조회 851회본문
“연구과제 많지만 순교자 현양 가장 중요”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 인터뷰
2021.10.03 발행 [1631호]
“지난 6개월의 일들을 한마디로 하면요? ‘이런!’ 이 말에 다 포함되죠.”(웃음)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사진>는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기쁨과 감사,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영춘 신부를 호남교회사연구소에서 만났다.
“3월 11일 점심을 먹고 연구소에 있는데 김성봉(초남이성지 담당) 신부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신부님이 평소 차분한 성격인데, 흥분된 목소리로 ‘바우배기 묘소를 정리했는데 놀라운 게 나왔어. 윤지충, 권상연 같아. 주교님께도 말씀드렸는데 빨리 와봐’라고 하더라고요.”
이 신부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유해와 백자사발지석 등을 확인하고 윤지충, 권상연의 유해임을 확신했다. 그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쁘고,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교구는 이후 유전자 검사, 고고학적 검사, 교회법원의 판단 등을 거쳐 윤지충, 권상연, 윤지헌의 유해임을 선언했다. “진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신부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유해 확인 과정이 잘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순교자 옆에 순교자를 모시던 전통에 따라 앞으로 다른 순교자들의 묘를 찾는 것,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1791년 12월 8일에서 무덤이 조성된 1792년 11월 25일까지 약 1년의 시간을 밝혀야 하는 것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묘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 유물에 대한 연구, 순교자들의 영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교구는 바우배기 일대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나면 기념성당도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출토된 유물에 대해서는 매장문화재 신고 후 문화재청의 판단을 거쳐 문화재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교자들에 대한 현양이다. 이 신부는 “현양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그분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며 “그분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였고 증언했는가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구는 이를 위해 본당별로 순교자들의 유해를 순회하도록 해 신자들이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많은 예언자가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았을 때 놀라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피했죠. 그렇지만 어디 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이제 다시 또 네가 그 길을 가라는 것 아니겠어요. 세 분의 유해가 확실해진 순간 하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도 그 길을 가라’.”
도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