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김봉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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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4-06 조회 375회본문
[사도직 현장에서]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가
임 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라 하시네. 그분의 십자가의 길을 잘 따라 길을 걷고 있는가. 베로니카 성녀를 바라보니 그리운 한 사람, 양지뜸 청소년그룹홈 故 임영숙(안나) 원장입니다.
그는 37년 동안 자신의 청춘을 방황과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세상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보호자로 살다가 2021년 심근경색과 합병증으로 선종했습니다. 임 원장은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를 닮았고, 기도하는 엄마로 청소년들을 사랑한 수호천사의 소명에 충실하신 분이었습니다.
“신부님! 제가 이 부르심을 선택했을 때, 첫째도 십자가 수난, 둘째도 십자가 죽음, 셋째도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라 생각했어요.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 하는 운명과 같은 하느님의 선물이죠. 그래야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변화되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2019년 임영숙 원장과의 대화 중)
양지뜸 청소년그룹홈 천사의 집은 마음껏 후원받을 수 없었던 처지 속에서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못했던 세월, 사회적 낙인 정서로 아파했던 시간, 상처와 고통을 겪었던 일상까지, 눈물과 십자가가 늘 함께했던 집입니다. 돌아보니 그 역사는 부활의 은총과 인간 존엄이 공존한 또 하나의 소중한 가정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사랑의 나눔으로 주신 양푼 갈비에서 성체성사의 향기를 느낍니다. 청소년 11명과 동행하는 원장, 협력자 네 분과 함께 대표이사 직무를 맡은 사제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경청과 겸손의 시각이 곧 카리타스(애덕)의 실천임을 기억합니다.
“다듬지 않은 거친 통나무는 자신이 걸작으로 떠받들어질 목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만, 조각가는 이 통나무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전능하신 장인의 손에 내맡길 때까지는, 하느님이 자신을 성인으로 빚으실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예수님처럼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사는 생애의 기쁨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