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직 현장에서]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가톨릭평화신문 20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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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5-25 조회 335회본문
택시 기사님이 묻습니다. “사장님! 건강하세요? 댁은 평안하십니까?” 인사와 함께 아내와 자녀, 정치, 경제, 종교에 관한 대화를 이어갑니다. 신분을 밝힐 여유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만일 제가 신부가 아닌 평범한 중년의 아빠라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묵상해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 교회의 목자, 교우들의 아빠인 사제로 살아온 세월은 참 감격스럽고 행복한 선물입니다.
지인이 들려준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의 기도는 의미심장합니다. “아빠, 엄마는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해주시고, 착한 누나는 휴대전화를 조금만 보고 책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요. 우리 집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잘 매달려 계시도록 힘과 용기를 주세요. 아멘.”
삶의 자리에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열정과 사랑을 쏟으며 산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사제로서 교회와 주교님을 통한 하느님께 대한 순명, 독신, 청빈 서약,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형제애는 예수 그리스도와 나의 거룩한 사랑의 관계입니다.
늙음의 시간은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1년 안식년, 산티아고 순례길 60일 걷기, 대한민국 마음껏 여행하기, 시골 마을에 소박한 집과 성당, 카페 마련하기, 기도, 미사, 전국 공소와 성지 순례, 청소년, 청년들을 응원하는 것까지. 이런 꿈들은 통장 잔액 부족으로 실현 불가능할 수 있지만, 천천히 기쁘게 만들어갑니다.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의 저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6세에 늦깎이 화가가 됐습니다.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600점의 작품을 남겼고, 100세 이후에 그린 그림만 250점에 달합니다. 20년간 농사일을 하면서 10명의 자녀 중 다섯을 병으로 떠나보낸 파란만장한 삶 속에 화가로서 가치 있는 노년을 살았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미국인들 삶에서 가장 사랑받던 분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과 생애는 이 땅에서 개척자적 유산을 새롭게 하고 농촌과 정신의 뿌리를 되새기게 했다”고 추모했습니다.
청년과 노인이 공존하는 삶은 무엇일까? 함께 자주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서로 돕고 동행할 때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