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의 작은 교회 공소를 찾아서(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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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2-08 조회 1,008회본문
동혜원공소(고창성당 관할, 주임=김정훈 스테파노 신부)는 고창군 고창읍에서 북서쪽으로 4km 떨어진 곳(호암길 52)에 빙글빙글 도는 색색의 바람개비와 곳곳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다양한 꽃들 사이로 연화조 양식의 빨간 벽돌 건물이다. 공소 주변에는 이역만리에서 와 기피와 편견을 버리고 한센인들과 함께하며 공소에서 헌신한 ‘작은 자매 관상 선교 수녀회’의 서 이멜다 수녀 기념비와 1968년도부터 마을 주민들과 함께한 강 칼라 수녀가 사는 아주 작은 수녀원이 있다.
1948년 3월 산언저리 초막집 3채를 짓고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이 모여 자활 정착촌을 이루면서 동혜원이라 했다.
1952년 이홍(베드로) 원장 때 한국전쟁으로 정읍성당(現 시기동성당)신부가공석이어서 태인성당(現 신태인성당) 故 김영일(아오스딩) 신부를 모시고 한센인들과 함께 천막 속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영적 지도를 받았다.
그 후 후원자의 도움과 이 원장의 열성으로 시약소 30평과 회관 성격의 건물을 지었다. 서로 의지하며 주위 산을 개간하여 뽕나무를 심고 잠실 4동을 지어 공동으로 생산, 이익금으로 주변의 땅을 매입하여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초막집과 비닐하우스 속에서 살다가 버려진 헌 집을 뜯어와 집을 지었고 그 후 새마을 사업으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 당시 주거민은 30여 명이었는데, 모두 입교하면서 신앙공동체가 되었다.
1960년 3월 9일 고창성당이 신설되면서 동혜원은 고창성당 관할 공소가 되었다. 마침 동혜원과 지속해서 관계를 맺고 있던 김영일 아오스딩 신부가 초대 신부로 부임하면서 오스트리아 그리스도왕회 수녀 3명에게 동혜원의 시약소를 책임지게 하였다. 공소의 성당은 자금난으로 건축이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1961년 12월 16일 제4대 전주교구장 한공렬(베드로) 주교의 주례로 성전 봉헌식을 거행했다.
故 김기철(클레멘스, 7대 마을회장) 형제가 1958년 8월 5일부터 적은 5권의 일기장엔 조과, 만과, 성가 연습, 미사참례를 했던 공소 초기의 신앙생활이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그때를 회상하며 어려웠던 일들을 즐겁게 말씀하셨다.
원옥순(클라라, 84) 자매는 당시 남자 형제들은 주변 야산과 선운사에서 나무를 해오고 자매들은 냇가에서 모래를 날라 벽돌과 기와를 만들었고, 성당 내부는 벚꽃나무와 단풍나무를 베어와 빨간 벽돌과 기와를 얹어한옥으로 지었다고 했다.
현재 60여 명이 신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동혜원공소’는 피정 센터와 토굴로 만들어진 명상의 집에서 다도 체험을, 도자기 체험관에서는 도예 체험을 통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2019년 문을 연 방문자 센터는 마을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연방풍경 만들기. 생태음식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신자, 비신자 모두에게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탄생하였다.
동혜원공소는 생태 음식을 먹고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묵상하며, 하느님을 만나는 좋은 ‘기도처’ 이다.
취재 | 이진주 마리안나(교구 기자단), 사진 | 최기우 프란치스코(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