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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의 작은 교회 공소를 찾아서(34)

-고산성당 관할 수청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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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3-08 조회 7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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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굽 듯 공소도 나이가 들면 건물이 기울어진다. 지팡이를 짚어 몸을 기대듯, 버팀목으로 지탱하는 공소가 있다. 고산 수청공소(고산성당 관할, 주임=유정현 신부, 전북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로 854-12)이다. 100여 년의 세월을 한 자리에서 신앙의 터전을 지켜온 공소답게 여기저기 자신을 내어 준 흔적으로 가득하다. 1927년 축복식을 한 수청공소에 대한 첫 기록은 1866년 공주에서 치명한 순교자 김영오의 시신이 이곳 산기슭에 안장되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순교자의 가족과 친척, 박해받는 신자들이 숨어 들어와 형성된 고산지역 신앙공동체의 시작은 1791년 이후부터였다. 1866년 병인박해 이후로는 이주 교우들이 절정에 달해 1888년 정식으로 수청공소가 설립되었고 1942년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1927년 경당 축복식 당시 견진성사를 받은 신자가 100여 명에 달했다는 기록은 당시 교세를 짐작하게 한다. 서정수 신부(2)1951년 군종사제로 떠나면서 수청본당이 폐쇄되고 삼례성당 소속 공소가 되었다가 1958년 고산성당 관할 공소가 됐다.

한 세기의 세월을 겪어내며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공소 건물은 붕괴 위험으로 한 때 폐쇄가 되기도 했다. 2020년 호남교회사연구소(고문=김진소 신부, 소장=이영춘 신부)의 자문을 받고 본당 대건회의 도움으로 공소 외벽에는 받침대를, 공소 내부에는 고임목을 설치하여 무너짐을 방지하고 있다. 이후 공소 미사가 다시 시작되고 주차장 정리와 조경작업을 추진하던 중 코로나 위기로 다시금 공소 미사가 중단되었다. 당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제대는 고산성당으로 옮겨졌고 제대 감실과 14, 성상들은 공소 뒤 교육관(옛 사제관)에 보관되어 있다. 텅 비어있는 공소에는 무릎을 꿇고 미사 드리던 마룻바닥과 제의실의 오르간,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공소 기둥만이 지나간 신앙 역사의 흔적을 알려줄 뿐이다.

겨울 한파가 매섭던 지난 1월 초, 공소 교육관에 공소회장 이정례(아나다시아, 65), 6대 공소회장 박종환(토마스, 87), 장순자(골롬바, 79), 이정순(마리아, 75), 장정원(안셀모, 70) 어르신들이 모여 지나간 옛 공소일을 회상했다. 살림이 어려웠던 시, 신부님 오신다 하면 집집마다 쌀 한 줌, 김치 한 종지씩을 모으고 더덕 캐고 미나리 뜯고 물 길어다 식사준비 했던 일, 대축일 때 찰고를 받기 위해 교리문답을 외우던 일. 공소에 자주 오셔서 살펴주셨던 송남호 신부님, 성탄에 고산성당에서 미사하고 먼 길을 신나게 성가 부르며 걸어왔던 일, 6.25 때 인민군들이 마을을 불태워 성당에서 피난살이하던 일, 학생들이 수련회 왔을 때 비가 많이 와 공소가 무너질까 애태우며 밤을 새웠던 일 등등 공소를 어머니 삼아 신앙을 살아낸 어르신들의 이야기에는 신앙의 열정이 묻어났다.

수청공소는 역사 깊은 공소답게 수도자가 4분이나 배출되었다. 지금은 천호성지로 이장되었지만 순교자가 묻혀 계셨던 땅이니 성지나 다름없다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신다 했다.

현재 20여 명의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수청공소엔 2016년에 신비로운 장미쁘레시디움이 신설되어 신앙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수청공소의 시급한 문제는 공소 건물의 국가등록문화재 지정과 보수공사라고 입을 모은다. 공소를 나오면서 순교자가 묻혀 계셨다는 묘터를 함께 찾아 나섰다. 공소에 오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찾아가 예절을 드렸다는 순교자의 묘터는 이제는 잡목으로 우거져 기억으로는 되살릴 수 없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순교 선조들이 우리들에게 남겨준 신앙유산인 공소. 그 공소 신자들의 신앙을 일깨웠을 높은 종탑 옆에서 수청공소의 예수성심상이 두 팔을 펼치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옆에서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수청 공소의 200년 신앙의 역사가 혹시 사라지는 시간이 되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취재 : 오안라 안나(교구 기자단), 사진 : 손영익 비오, 강우정 마리아(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