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활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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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3-30 12:19 조회1,1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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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주님은 성찬례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둠의 세력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시길 빕니다. 작년에 부활대축일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슬픔 때문에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부활을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부활의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작년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의 먹구름이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많은 고통을 겪거나 목숨을 잃고 있고,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물론 각종 모임과 행사가 계속 제약을 받음으로써 모든 영역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처음에는 부활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부활 소식을 “듣고도 믿지 않았고”(마르 16,11.13) 오히려 “헛소리처럼”(루카 24,11) 여겼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뵙고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루카 24,16)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습니다.”(루카 24,37)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의 이러한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습니다.”(마르 16,14) 제자들이 믿지 못했던 것은 십자가의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은 분명 되살아나시어 제자들에게 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상 삶에 개입하셨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제자들은 서서히 믿음에 다다랐습니다.
지금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지만, 부활하신 그분은 우리의 힘겨운 삶에 분명 동행하고 계십니다. 물론 그분은 강한 바람이나 지진 같은 웅장한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활동하십니다(1열왕 19,11 이하 참조). 그분은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인류를 가엾은 마음으로 바라보시고, 이로 인해 특히 소외되고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각별하게 돌보십니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헌신하는 의료진들에게 힘과 용기를 더해 주시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자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을 돕게 하십니다. 그분은 “지금 날마다 여러분 곁에 계시면서 여러분을 깨우치시고 힘을 주시고 자유롭게 해 주십니다.”(복음의 기쁨 164항)우리의 일상 삶을 조금 더 유심히 믿음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일상에서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더욱 확연하게 깨달을 수 있는 자리는 당연 성찬례입니다. 미사성제 안에서 주님은 말씀을 들려주심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타오르게 하시고, 빵을 떼어 나누어주심으로써 우리의 눈을 열어 당신을 알아보게 하십니다(루카 24,13-35 참조). 우리는 성찬례 안에서 마침내 부활하신 주님을 받아 모시고, 그분과 참으로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도 우리 안에 머무르십니다(요한 6,56 참조). 이 성찬례보다 부활하신 주님과 더욱 친밀하게 결합할 수 있는 자리는 없습니다. 때문에 저는 올해 사목교서에서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성찬례에 적극 참여하자고 당부하였습니다.
교우 여러분, 부활성야 빛의 예식에서 부활초가 어둠을 몰아내고 우리의 삶을 환히 밝히는 것처럼, 부활하신 주님은 세상의 빛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인간을 끝까지 사랑하셨고, 그 사랑의 힘으로 박해, 음모, 체포, 구금, 고문, 모욕, 증오 등의 세상의 온갖 어둠을 견뎌내시고, 마침내 가장 짙은 어둠인 죽음마저 이기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우리 인간을 지칠 줄 모르게 사랑하십니다. 그분의 사랑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어둠은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어둠이 그분의 사랑 앞에서 무기력하게 됩니다. 부활은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며, 궁극적으로 사랑만이 승리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빛이시기에 우리가 일상 삶이나 성찬례 안에서 그분을 만나면, 그분 친히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두 가지 부활의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온갖 어둠을 멀리하는 열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물리칠 수 있고, 이러한 곤경의 시기에 쉽게 빠질 수 있는 불신과 차별과 혐오를 멀리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에게 늘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상대주의 등의 그릇된 현대의 가치관과 분명한 거리를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의 모든 문제를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다양한 유사종교들도 단호하게 배척할 수 있습니다. 죽음의 어둠을 이기신 그리스도는 오직 하느님만이 “사람의 생사를 쥐고 계시며 지하에 떨어뜨리기도 하시고 끌어올리기도 하신다.”(1사무 2,6)고 선포하심으로써 우리가 세상의 온갖 이데올로기를 멀리하도록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생명의 빛을 누리는 열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에게 빛의 길 곧 구원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십니다. 주님께 마음을 여는 사람에게는 먼저 모든 슬픔과 아픔과 고통 등이 치유되고 마음속의 어둠이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새롭게 창조되어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새로운 삶”(로마 6,4)을 살게 됩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빛의 자녀로서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에페 5,9)의 열매를 맺으며,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자신들을 위하여 돌아가셨다가 되살아나신 분을 위하여 살게”(2코린 5,15) 됩니다. 그리하여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의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고, 거기에 위로의 기름을 부어 아픔을 덜어주며, 자비로 싸매주고, 연대와 관심으로 치유해주는”(자비의 얼굴 15)열매를 맺습니다.
교우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은 이미 우리의 일상 삶에 동행하십니다. 그분은 특히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성찬례 안에서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십니다. 거기에서 주님을 만납시다. 그러면 우리는, 아무리 어렵고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을지라도 온갖 어둠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며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2021년 부활절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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