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국 좋은영화상영 412회] 신과인간
페이지 정보
작성일14-09-16 00:00 조회1,658회본문
제412회 좋은 영화 감상하기
일시 : 9월 17일(수) 오후 2시 교구청 4층
제목 : 신과 인간- 122분
자비에 보부와 감독의 <신과 인간(Des Hommes Et Des Dieux, Of Gods And Men, 2010)>-순교자 성월에 ‘순교의 의미’를 묵상해보는 영화.
영화 <신과 인간>은 1996년 알제리의 띠비린(Tibhirine)에서 실제로 있었던 트라피스트회 수도 공동체 수사들의 순교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한 이슬람단체와의 내전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죽음을 예견해면서 왜 그들이 죽음을 피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던 그들이 겪어야 했던 인간적인 두려움과 갈등이 어떻게 나중에 신적 위안과 평화에 이르게 되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무장한 괴한들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들의 평화롭고 성스러운 전례와 일상, 동시에 서슴없이 자행되는 세속의 폭력적 상황을 대비시켜 보여주면서 신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의 위험으로부터는 가장 나약한 인간의 영역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과 수사들의 운명을 일치시키고 있다. 바로 이렇게 언제든지 어느 때든 무장한 단체들이 맘먹기에 따라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 온전히 그들에게 목숨이 맡겨져서 언제 죽을지 모른 상황, 바로 수도사들이 처한 이런 상황이야말로 어둡고 두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신과 인간>은 수도사들이 수도원에 계속 ‘머문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는 나오는 삽입곡,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곡, ‘정경’이야말로 이 영화를 통해 새삼스럽게 영적으로 해석해보게 된다. 이 곡은 비록 겉으로 볼 때 연약해보이지만, 그 연약함이 더욱 우아하고 강해보임을 드러내는 곡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육화에 동참하는 뜻에서 모두가 함께 남기로 결정하고 미사를 봉헌한 후 이들이 식사 중에 낡은 카세트를 통해 듣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은 장엄하면서도 처절한 울림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서 오랜 갈등과 번뇌의 과정 끝에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고난을 받아들이는 수도사들의 ‘최후의 만찬’ 의식을 상징하고 있다. 동시에 이 음악은 수도원장인 크리스티앙 신부가 미사 중 강론을 통해 언급했던 것처럼, ‘연약한 모습, 모든 것을 인간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육화된 예수 그리스도’처럼 되는 것이 바로 그들의 소명이라는 것을 함께 느끼는 순간, 흘러나오는 <백조의 호수>의 우아함은 그들의 나약함과 부드러움이야말로 이 세상 그 어떤 권력이 줄 수 없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선언한다. ‘백조의 부드러움과 약함이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수도사들을 백조에 비유하고 있다. 이 때 영화는 물리적으로 약한 수도사들이 처한 두려운 상황과는 달리 우아하면서도 강한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육적인 약함 속에서 더욱 강해져가는 영적인 힘을 표현하고 있다. 글-서석희 신부(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