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첫 순교자 무덤 유해 찾았다[가톨릭신문 2021-09-12]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1-09-09 조회 5,036회본문
한국교회 첫 순교자 무덤·유해 찾았다
복자 윤지충·권상연… 신유박해 순교 복자 윤지헌 유해도 함께 발굴
전북 완주군 바우배기에서 성역화 과정 중 우연히 발견
김선태 주교, 진정성 확인·선포
16일 초남이성지서 유해 안치
발행일2021-09-12 [제3261호, 1면]
한국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복자 윤지충(바오로)과 복자 권상연(야고보)의 무덤과 유해를 찾았다. 복자들이 순교한 지 230년 만이다. 아울러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복자 윤지헌(프란치스코)의 유해도 발견했다.
▶관련기사 10·11면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9월 1일 전주교구청 호남의 사도 유항검관에서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 유해의 진정성에 대한 교령’을 발표, 이번 발견된 유해들이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라고 선언했다.
이어 김 주교는 교구장 특별담화문을 통해 “이 발견은 실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라며 “순교자들의 피를 밑거름 삼아 성장해 온 우리 교회가 그 순교역사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시는 분들의 유해를 비로소 찾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복자들의 무덤은 지난 3월 11일 전주교구 초남이성지가 바우배기(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17)의 성역화 과정에서 찾아냈다. 성지는 바우배기 토지 매입을 위해 무연고분묘를 개장하던 중 순교자의 이름이 담긴 지석(誌石)을 발견했고, 유해 발굴에 들어갔다. 바우배기는 복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 일가의 원 묘지터로 1995년 호남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김진소 신부가 찾아낸 장소다.
이번 유해 발굴과 조사에는 과학적 방법을 동원했다. 전주교구는 호남교회사연구소를 중심으로 고고학, 의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유해에 대해 ▲치아와 골화도를 통한 연령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해부학적 조사 ▲Y 염색체 부계확인 검사(Y-STR) ▲출토 유물에 대해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과학적 검증을 진행했다. 더불어 교회사 문헌과 구전 등 여러 교회사적 정황증거를 통해 유해의 진위를 검토했다.
9월 1일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유해 발견 발표 및 교구장 교령 공포’ 기자회견 중 호남교회사연구소장 이영춘 신부는 “묘소의 정밀조사 및 출토물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묘지의 조성연대와 출토물의 연대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가 순교한 1791년과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해부학적인 조사 결과로는 유해에서 참수형에 해당하는 특이소견을 확인했으며, Y염색체 부계확인검사 결과 각각 해남 윤씨와 안동 권씨 친족 남성 5명의 유전정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구는 연구된 자료를 바탕으로 특별법정을 열어 유해의 진정성을 공증했다. 전주교구 사법대리 겸 재판장 김진화 신부는 “교구특별법원은 2021년 8월 10일자로 발령된 교구장 주교의 교령에 따라 특별법정을 2021년 8월 18일에 개시했다”며 “제출된 과학적 연구 결과와 고고학적 분석 결과 그리고 교회의 역사적 문헌 등 여러 증거물을 검토한 결과, 이에 반대되는 주장과 증거가 없어, 바우배기에서 발굴 및 수습된 유해가 한국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 신유박해 순교자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주교구는 9월 16일 오전 10시 초남이성지 교리당에서 복자들에 대한 현양미사와 유해 안치식을 거행한다. 특히 유해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분배 없이 모든 유해를 초남이성지에 안치한다. 또 9월 24일 오후 2시 초남이성지에서는 복자들의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연다. 이날 보고회 중에는 보고서 발간식과 보고회, 질의응답, 묘소 현장 방문 등이 진행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