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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림 기획 ‘희망’ ➌희망을 전하다 – 희망이 꽃피는 집[가톨릭신문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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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2-14 조회 4,0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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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림 기획 ‘희망’ ➌희망을 전하다 – 희망이 꽃피는 집

밥 한 끼와 따뜻한 대화… “작지만 절실한 부분 채워드려요”

사각지대 어려운 이들 돌봐
배고픈 분들 식사 제공하고
힘든 가정 아이들 쉼터도 운영
뜻 있는 이들의 후원 절실

발행일2021-12-12 [제3273호, 9면] 

 

 

(왼쪽부터) 희망이 꽃피는 집 원장 백인숙 수녀, 김영례 수녀, 노은자 수녀가 가정방문 때 전달할 반찬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연재순서>
① 희망을 심다 – 해밀학교
② 희망을 꿈꾸다 - 성 요한의 집
➌ 희망을 전하다 – 희망이 꽃피는 집
④ 희망을 펼치다

코로나19로 간절한 것을 포기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야 했던 누군가에게 희망은 아득한 이야기가 됐다. 인류를 구원할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 빛을 기다리며 우리는 잊고 있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본다.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희망이 꽃피는 집’은 3명의 수녀가 극빈자들을 위해 밥을 짓고, 어려운 형편인 청소년들의 친구가 돼주는 공간이다. 시장 한편, 간판조차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이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전해진 따뜻한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희망을 향한 시작

1957년, 독일에서 독문학을 공부하던 한 여성은 세례를 받던 중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깨닫고 복음 선포자로 살 것을 결심한다. 그렇게 돌아온 조국에서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배고픔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난 여성은 부산에 수도회를 만든다. 1964년 창설된 ‘거룩한 말씀의 시녀회’ 창립자 장화자(힐데갈드) 수녀는 그렇게 평생을 피난민 구제와 극빈자를 돌보는 데 헌신한다. 훗날 이름을 바꿔 ‘거룩한 말씀의 회’로 활동하고 있는 이 수도회의 설립 목적은 ‘우리를 위하여 이 세상에서 스스로 가난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봉헌을 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수도자들은 언제나 기꺼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희망이 꽃피는 집도 이러한 수도회의 목적을 실천하고자 문을 열었다. 희망이 꽃피는 집의 전신인 가정방문실은 1992년 당시 전주교구장이었던 이병호 주교의 추천으로 시작됐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누군가는 큰 부를 누렸지만, 가난한 이들은 더욱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1990년대. 이병호 주교는 사회복지기관이나 교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돌보는 일을 거룩한 말씀의 회에 제안했다.

그렇게 수녀들은 수녀복을 입고 지역 곳곳을 누볐다. 언덕배기는 물론이고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산골의 집까지, 한 손에는 무거운 짐을 들고 수녀들은 문을 두드렸다. 그렇게 29년간 쉼 없이 걸어온 길에는 웃음과 눈물, 그리고 희망이 공존했다. 집에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엔 함께 울며 가족과 같이 보낸 시간들. 수녀들의 고된 한 걸음 한 걸음은 희망을 전하는 매개체가 됐다.

사는 모습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별일 없으셨죠?”라고 진심 어린 안부를 건넸던 수녀님에 대한 기억은 모두에게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렇게 채워진 삶의 감사함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다.

30년이란 시간을 거치며 도시의 모습도, 삶의 방식도 변했다. ‘도움을 드리겠다’며 문을 두드리는 수녀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이들도 많아졌다. 가정방문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들의 어려움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수녀들은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그렇게 지난 11월 이름을 바꿔 문을 연 희망이 꽃피는 집은 수녀들의 발걸음이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 이들이 언제나 찾아올 수 있게 문을 열어뒀다. 가정방문도 병행하면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극빈자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토요일에는 다문화가정, 편모가정, 다자녀가정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곳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영례 수녀가 희망이 꽃피는 집을 찾아온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 전해진 희망, 다시 희망을 피우다

“날도 추운데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게 힘들지 않으세요?”

“어깨며 허리, 팔, 다리 안 아픈 데가 없어요. 어제는 병원을 갔는데 치료받을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밥 한 끼 챙겨 먹으려면 폐지라도 열심히 주워 팔아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수녀님이 맛있는 밥을 차려주셔서 감사하게 먹고 갑니다.”

12월 3일, 희망이 꽃피는 집에 처음 식사를 하러 왔다는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홍합탕을 건네며 안부를 묻는 수녀들에게 자신의 형편을 토로했다. 먹고 사는 일을 걱정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할머니에게 수녀들이 건넨 안부의 말은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관심의 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몇 분간 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30평 남짓한 공간, 테이블 4개가 전부인 이곳은 밥 한 끼와 함께 따뜻한 시간을 선물하고 있었다.

여느 무료급식소와 희망이 꽃피는 집이 다른 점은 이용 인원을 하루에 20명으로 정해뒀다는 것이다. 수녀 3명에 봉사자 몇 명. 인력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희망이 꽃피는 집을 이용하는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이유도 있다.

희망이 꽃피는 집 원장 백인숙 수녀는 “하루에 20명, 시장에서 추천받은 형편이 특히 어려우신 분들을 선별해 그분들이 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자선을 실천하면서 받는 사람의 생각이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베푸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분들이 원하는 음식, 원하는 서비스를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이러한 운영방식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녀들은 신선한 제철 재료로 음식을 하고, 밥을 원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메뉴를 바꿔 제공한다.

토요일에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 대한 돌봄도 마찬가지다. 주로 방 한 칸에서 여럿이 지내는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와 자유롭게 놀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오순도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백 수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거나 필요한 물건, 학습지도를 제공한다.

백 수녀는 “문제집이 필요하다면 서점을 가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고, 겨울옷이 없으면 같이 옷가게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 준다”며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좌절하고 힘들었던 순간, 예수 그리스도는 꼭 필요한 것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셨기에 그 ‘맞춤 서비스’를 자신 역시 실천하고 있다는 게 백 수녀의 설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걸어온 수녀들의 긴 여정은 작지만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희망이 꽃피는 집 김영례, 노은자 수녀가 가정방문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가정방문을 통해 수녀님과 인연을 맺은 누군가는 20여 년간 후원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이 먹을 쌀이 넉넉하지 않음에도 쌀을 보내온 이가 있었다. 집도 없이 노숙을 하며 지낸 한 남성은 몇 년 만에 받은 기초생활보조금 100여만 원 중 10만 원을 희망이 꽃피는 집에 전달했다. 척박하고 메마른 땅을 포기하지 않고 물을 주고, 정성스레 돌본 누군가의 노력은 그 땅에 희망을 자라게 했다. 희망이 꽃피는 집에서는 그렇게 희망이 피어나고 있었다.

※후원계좌: 503-13-0388520 전북은행, 453008-51-000960 농협, 312306-01-003609 우체국(예금주 희망이 꽃피는 집)

 

20여 년전 가정방문을 하는 ‘거룩한 말씀의 회’ 창설자 장화자 수녀.희망이 꽃피는 집 제공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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