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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전동성당-성로선공(십자가의길)[가톨릭신문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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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3-02 조회 1,6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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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조들이 바쳤던 ‘성로선공’, 오늘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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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사순 시기,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신자들은 예수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고 그 사랑을 더 깊이 느낀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도 오래 전부터 ‘성로선공’이라는 이름으로 바쳐 온 십자가의 길 기도, 그에 얽힌 역사와 의미를 짚기 위해 한국 첫 순교터 전주 전동성당을 찾았다. 

 

 

한국 첫 순교터 전주 전동성당, 선조들이 바친 십자가의 길 

 

“그때는 마룻바닥이었으니까 무리로, 뭉텅이로 처마다 기도하고 나서 다음 처로 우르르 옮겨 가서 기도하고 또 옆으로 가서 기도하고 그랬죠. 의자들도 없었으니까, 둥그렇게 무리로 옮겨 다니면서~.” 

 

전주 전동본당(주임 김성봉 프레드릭 신부) 전 사목회장이자 전동성당 성지 신앙문화유산해설사회 이철수(바오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1956년생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중심으로 본당에서의 사순 시기에 대해 설명하던 이 회장은 “신자들이 매일 치명자산 성지까지 올라가서 새벽 5시30분 미사 봉헌하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는 관례가 있었다”며 “집이 먼 사람은 새벽 3시부터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회장은 “매일 미사 전후로 신자들이 많이 와서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어릴 때는 신자들이 너무 많아서 벗어 놓은 고무신이 뒤죽박죽, 몇 번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안한 자리에 앉아 기도하기보다는 야외에 나가거나 성당 안에서라도 몸으로 직접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자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과거 ‘성로선공’ 

 

이 같은 십자가의 길 역사는 수십 년 전에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선조들은 ‘성로선공’이라는 이름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했다. 

「가톨릭기도서」가 나오기 전까지 100년 넘게 한국교회 공식 기도서로 사용된 「천주성교공과」에 따르면 십자가의 길은 ‘성로선공’이라고 소개돼 있다. 

성로선공(聖路善功)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거룩한 길이라는 의미의 ‘성로’에 존경할 만한 행동, 업적을 뜻하는 ‘선공’을 더한 말이다. 

 

「천주성교공과」에서는 성로가 약 1370보라며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성모님께서 열심한 신자들과 함께 그 자취를 공경하며 성로 규정을 정하셨다고 전한다. 예루살렘 성로를 걸으며 기도하도록 역대 교황들은 권고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곳을 방문하긴 힘들었고 후에 로마를 비롯한 각 지역에 십자가의 길이 생기며 신자들이 이 기도를 바칠 수 있게 됐다. 

 

특히 비오 6세 교황은 축복받은 십자가상을 손에 들고 또는 방 안에서나 길에서나 병석에 누워서라도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면 성당에서 성로선공하는 것과 같은 은사를 받게 했다. 성로선공은 십자가상에서 예수님께서 받으신 고난을 묵상함으로써 마음이 감동해 허물을 고쳐 자신을 새롭게 하고 또 의덕을 보존하게 한다. 그렇기에 「천주성교공과」에서는 “도무지 이 선공이 가장 천주의 뜻에 흡합한 바요, 연령을 구하기에 크게 돕는 바니라”라고 강조한다. 

 

 

“생각하여 보라” 빠지고 점차 추상적으로 14처 표현 

 

성로선공은 전체 흐름과 내용에 있어 현재 십자가의 길 기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투에 차이가 많다. 이에 관해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 이영춘(요한 사도) 신부는 “묵상 내용 도입 부분에 있던 ‘생각하여 보라’라는 문구가 현재는 기도문에서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십자가의 길 기도는 우리를 위해 수난하신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을 생각하고, 십자가 수난 공로와 합하기 위한 기도”라고 역설한 이 신부는 “묵상 첫 부분에 넣은 ‘생각하여 보라’라는 문구는 이 기도를 더욱 진심으로 바칠 수 있는 문구였는데, 이 부분이 빠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신부는 14처는 현재 더욱 추상적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30년경 그리스도교 미술 쇄신과 부흥을 목표로 ‘성미술 운동’(L‘Art Sacre)이 일어났는데, 이때 20세기부터 대두된 추상 미술이 성미술에 도입, 적용되면서 14처도 영향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 신부는 “건축이나 성화, 성상이 구체적으로 표현될수록 실감은 나지만, 보이는 장면이나 형상에 함몰돼 고착화될 수 있는 면이 있다”며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실감나게 보이지는 않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묵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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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순교터에서 십자가의 길로 예수님 사랑 느끼며 신앙 선조 믿음 이어 

 

한국 첫 순교터에는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신앙 선조들 믿음을 잇는 ‘십자가의 길’이 성당 내에 마련돼 있다. 국내 14처 성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성당 십자가의 길은 1908~1914년 성당 신축 때 들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작품으로, 6·25전쟁 때 크게 훼손되고 낡은 것을 재작년 좋은성물연구소가 원형대로 복원했다. 

 

국내에 있는 오래된 14처를 복원해 온 좋은성물연구소 소장 고승용(루카) 작가는 “전동성당 14처가 100년은 넘고 상태도 제일 오래돼 보인다”며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14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 작가는 “14처 성물을 걸기 위한 못 등도 1900년대 초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조들도 보며 기도했던 이 14처 앞에서 마음을 단단히 하고 힘든 현실을 이겨 내면 좋겠고, 자신의 십자가의 길 기도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돌아보고, 14처와 신앙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물려줄 지 생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동본당 주임 김성봉 신부는 지난해 한국 첫 순교자 윤지충(바오로)·권상연(야고보) 두 복자를 포함 순교자 5명 유해가 성당에 모셔진 다음 첫 사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김 신부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살아낸 선배들이 순교자들”이라며 “대선배들이 몸소 신앙을 보여 준 순교터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기에 신자들의 마음 자세도 남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신부는 “고통이나 어려움을 나쁘게만 해석하기보다 신앙 선배들 유해를 보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고, 예수님 사랑을 느끼고,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이 복된 삶이라는 점을 더 깨닫고 느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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